전주 ‘객리단길’을 아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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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곳곳에 예쁜 카페-음식점 등… 객사 뒤 구도심에 30여 점포 영업
SNS 타고 젊은 여행객들 북적… 한옥마을 이어 핫플레이스로 부상

 “서울에 ‘경리단길’이 있다면 전주에는 ‘객리단길’이 있다.”

 전북 전주시 객리단길에 젊은 여행객이 몰리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객리단길이 전주한옥마을에 이어 핫플레이스(hot place·인기 장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전주에서 오래 산 사람들도 객리단을 모르고 심지어 근처 주민들도 낯설어한다. 전주시청 공무원에게 물어도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실 전주 객리단길은 얼마 전만 해도 해가 지면 인적이 끊겼던 어둡고 칙칙한 구도심이다. 그러나 1일 오후 찾은 객리단길은 낡고 좁은 골목 곳곳에 예쁜 카페와 음식점, 주점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었다. 점포들 대부분에는 젊은이들이 가득했고 대기 손님이 줄을 선 점포도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교통 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주 객리단길은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리단길’을 패러디한 지명이다. 전주시 고사동의 조선시대 유적인 객사에 경리단길을 합쳐 만든 신조어다. 서울 경리단길은 용산구 이태원2동의 지명으로 과거 육군중앙경리단 정문에서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과 주변 골목을 말한다. 근처에 미군부대가 있어 외국인이 많이 살던 이 지역은 수년 전부터 다양한 종류와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과 카페들이 들어서면서 서울의 주요 관광 코스가 됐다.

 전주 객리단길이 어디서 어디까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객사 뒤편이라고 하지만 객사에서는 조금 떨어진 다가동 태평동 고사동 일대에 흩어져 있다. 중심 구역은 옛 전주관광호텔과 풍남관광호텔 주변이다. 최근에는 전주초등학교와 전주천 방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주 업종은 커피와 음료를 파는 카페, 수제 맥주와 안주를 파는 주점, 파스타 피자 케이크 전문점들이다. 가볍게 술 한잔하면서 함께 먹을 수 있는 퓨전 음식이 주를 이룬다. 현재 30여 점포가 영업 중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고 있다. 젊은 층 취향으로 리모델링하는 기존 점포도 늘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주점의 젊은 셰프는 “무엇보다 임차료가 싸고 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가게를 운영하고 싶어 이곳에 들어 왔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 주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가 대부분이 오랫동안 비어 있던 대표적 도심 공동화 지역이다. 1970, 80년대에는 전주의 유흥가와 주택가였지만 1990년경부터 전주의 중심 상권이 서신동과 전북대 앞, 중화산동, 서부신시가지 등으로 옮겨 가면서 이 일대는 죽은 거리로 바뀌어 갔다. 몇몇 오래된 분식집과 백반, 중국음식점이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다.

 이 거리에 지난해부터 청년 창업자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돈은 부족하지만 젊은 인테리어 감각과 요리 실력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전주한옥마을이 한 해 1000만 명 가까운 사람이 몰려 임차료가 폭등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임차료가 싼 것도 매력이었다. 역사적 명소나 유명 관광지보다 자신만의 맛 집, 멋 집을 찾고 경험을 선호하는 젊은층의 트렌드도 객리단길 호황에 한몫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전주한옥마을에 왔다가 이곳에 들렀다는 20대 김모 씨는 “영화세트처럼 낡은 옛 중소 도시의 편안한 느낌이 남아 있고 실내 분위기나 음식 메뉴에 젊은 감각이 살아 있어 좋았다”라고 말했다.

 전주시 관계자는 “상세 탐방 지도와 얘깃거리가 담긴 안내판 등을 제작해 한옥마을의 온기를 구도심으로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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