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남상구]소녀상 문제의 본질과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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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실장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실장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어긴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정당한 것일까.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 회복이라는 한일 합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합의 정신을 먼저 어긴 것은 일본 정부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은 합의 다음 날 일본 정부의 책임에 법적 책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6년 2월에는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심의관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고 성노예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0월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피해자에게 사죄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낼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발언했다. 일본 정부가 합의에 따라 취한 유일한 조치는 10억 엔을 낸 것이다. 이것이 일본이 말하는 성실한 합의 이행의 실체다.

 그리고 한일 합의는 어디까지나 양국 간 외교 어젠다로서의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합의에서 말하는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란 것은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양자 간 외교적 이슈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지, 시민활동까지 제약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소녀상 설치에 관한 법적 권한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시민단체가 세운 소녀상을 이유로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켰다. 이것이야말로 합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한일 합의에서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 정부도 이 합의를 근거로 한국 정부가 관련 단체를 설득해서 소녀상을 이전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녀상이 왜 세워졌는지를 생각하면 그 설득은 한일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할 몫이다.

 소녀상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반일이 아니라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정부가 이렇게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세계기록유산에 일본 정부가 소장한 관련 자료를 등재하고 교과서에도 기술하도록 하겠으니, 이제 상대방을 배려하여 소녀상을 이전하는 것은 어떻겠냐고. 상대방 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지킬 책무를 규정한 국제협약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효과적일 것이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 실장
#소녀상#한일 위안부 합의#위안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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