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김선향 교사의 ‘아하,클래식’]춤곡 위주 모음곡, 종합예술 발전하면서 빛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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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도 차이콥스키가 자신의 여러 작품 중 연주회용으로 다시 편성한 모음곡 중 하나다. 발레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백조의 호수’도 차이콥스키가 자신의 여러 작품 중 연주회용으로 다시 편성한 모음곡 중 하나다. 발레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어떤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이 좋은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아마도 선율(melody), 음의 높낮이와 리듬의 길고 짧음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선율이 자신의 마음에 들면 ‘좋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선율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같은 선율만 이어진다면 듣다가 지쳐서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작곡가들은 리듬을 변화시키거나 장식음을 넣어 꾸며주거나 조성을 변화시키는 등 선율에 ‘변주’를 하며 다양하고 풍요로운 멜로디를 진행시키게 되지요. 이와 같이 주제(theme, Thema)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형시키는 변주(variation)는 서양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작곡 기법이자 오래된 작곡 방법 중 하나인데요, 변주곡은 독립된 작품으로도 쓰이지만, 소나타나 교향곡 등의 한 악장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변주곡은 기억하기 쉬운 주제 선율을 먼저 제시하고, 그 다음 주제의 선율, 조성, 리듬 등 음악의 여러 요소를 변주하여 제1변주(var.1), 제2변주(var.2) 등등으로 나열하여 작곡된 형식을 말하는데요, 곡의 제목은 대개 “○○○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작은 별”이라는 동요로 알려진 프랑스 민요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선율을 주제로 한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의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의 주제와 제1, 제5변주의 악보를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네요. 

〈그림 1〉 모차르트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 변주곡’. 출처 www.gnedu.net·경남교수학습지원센터
〈그림 1〉 모차르트 ‘아! 어머니께 말씀드리죠 주제에 의한 12개 변주곡’. 출처 www.gnedu.net·경남교수학습지원센터
  ‘반짝 반짝 작은별∼’ 하고 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익숙한 주제가 끝나면, 4분음표였던 오른손 주제의 음형이 16분음표로 나누어지며 주제를 살짝 숨겨둡니다. 제5변주에서는 쉼표를 중간에 넣어 리듬을 살짝 변형했고요, 이 외에도 부점이나 셋잇단음표를 사용하여 리듬을 변주하고, 템포를 더 느리게 하거나, 다장조(C Major)인 주제를 다단조(c minor)로 바꾸는 등 12개의 변주를 하며 처음의 주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찾아보게 하는 즐거움을 줍니다.<그림 1>    

〈그림 2〉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그림 2〉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
 가장 많은 작곡가들이 변주곡의 주제로 쓴 곡은 바로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파가니니(Niccol`o Paganini·1782∼1840)가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작곡한 24곡의 카프리스(Caprice) 중 마지막 곡인 24번일 것입니다.<그림 2>

〈그림 3〉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그림 3〉 리스트,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변주곡으로 이루어진 곡인 데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을 피아노로 옮겨 “파가니니 연습곡”을 6곡이나 쓰며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선언한 리스트(Franz Liszt·1811∼1886)를 비롯해 브람스(Johannes Brahms·1833∼1897),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evich Rakhmaninov·1873∼1943) 등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작곡했습니다. 리스트와 브람스, 라흐마니노프는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외에도 다양한 변주곡을 남겼는데, 앞서 본 고전파 시대 모차르트의 변주곡이 주제가 비교적 잘 드러나는 변주곡(장식변주곡)이라면 이들 낭만파 시대 작곡가의 변주곡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작곡가의 성격, 개성이 표현되는 자유로운 형식의 변주곡(성격변주곡)으로 주제 선율을 쉽게 찾을 수 없답니다.<그림 3>

 변주곡처럼 하나의 주제를 변주하고 발전시켜서 작품을 이어가는 방법과는 달리 각각 독립된 곡들을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곡을 ‘모음곡(Suite)’이라고 합니다. 모음곡이 가장 발달하고 유행한 시기는 바로크 시대인데요, 바로크 시대의 모음곡은 여러 나라의 춤곡을 모아 놓은 춤곡들의 모음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림 4〉 프랑스 루이 14세의 춤에 대한 사랑을 그린 영화 ‘왕의 춤’ 중에서.
〈그림 4〉 프랑스 루이 14세의 춤에 대한 사랑을 그린 영화 ‘왕의 춤’ 중에서.
 왜 하필 춤곡을 기반으로 모음곡이 발전했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는데요, 인류에게 가장 먼저 시작된 예술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춤’은 음악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예술이며, 현재 전해지는 음악 중 상당수는 춤과 연관되어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원시적인 춤의 형태가 일정한 형식미를 갖추고 무대 위로 오르게 된 것은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인데, 그 후 발레와 음악을 자신의 절대 권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은 프랑스의 루이 14세 같은 절대군주도 등장하며 음악과 춤은 궁정과 귀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더욱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게 되었습니다.<그림 4>

 바로크 시대 이후 고전주의 시대에는 소나타 형식에 밀려 모음곡이 별로 주목받지 못하다가, 19세기 후반 낭만주의 시대에 오페라, 발레, 연극, 영화음악 등 음악과 다른 예술들이 함께하는 종합예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모음곡이 발달하게 됩니다. 준비와 비용이 많이 드는 오페라, 발레 등 무대에 사용된 음악을 더 많이,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작곡가들이 자신의 작품 중에서 선별하고 발췌하여 연주회용으로 다시 편성한 모음곡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차이콥스키 작곡), 오페라 <카르멘>(비제 작곡), 연극 음악 <한여름 밤의 꿈>(멘델스존 작곡) 등이 바로 이러한 모음곡입니다.
 
김선향 선화예고 교사
#리스트#브람스#파가니니#카프리스 2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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