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AI, 사육농가로 번지나” 불안감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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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도래지에 일반인 출입 통제… 축사에 그물망 쳐 야생조류 접촉 차단
제주항 오가는 차량 예방활동 한계… 방역활동 강화 등 긴장 늦추지 않아

제주지역 철새 도래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설치된 거점 소독시설에서 이동 차량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제주지역 철새 도래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가운데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설치된 거점 소독시설에서 이동 차량 소독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
 16일 오후 제주시 한경면 용수저수지. 14만 m² 규모의 제주지역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로 흰뺨검둥오리, 넓적부리, 청둥오리, 물닭 등이 오가며 쉬거나 먹이를 먹는 곳이다. 저수지 주변으로 1km가량 제주올레 13코스가 지난다. 하지만 지금은 올레꾼이나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됐다. 이동 통제소가 들어서고 저수지 주변 방역 작업도 매일 이뤄지고 있다.

 앞서 9일 용수저수지에서 발견된 청머리오리 사체에서 고병원성 H5N6형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5일 제주시 구좌읍 하도 철새 도래지에서 채취한 야생 조류 분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후 두 번째 확진이다. 제주도는 청머리오리를 수거한 장소에서 반경 10km 이내 지역의 가금류 이동을 통제했다. 이동 통제 대상 지역에는 농가 28가구가 닭 39만4000여 마리, 오리 33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반경 3km 이내 소규모 사육 농가의 닭, 오리 등 128마리는 모두 사들여 도태시켰다.

 야생 조류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사육 농가 축사에 그물망을 설치토록 하고 매일 방역관 등이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금류 이동 제한 조치는 시료 채취일 기준으로 닭은 7일, 오리는 14일 경과 후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면 해제한다. 구좌읍 하도 철새 도래지 주변 닭 사육 농가는 13일부터 이동 제한이 풀렸다. 오리는 혈청 및 바이러스 검사를 거쳐 이상이 없으면 20일부터 제한이 해제된다.

 제주 지역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2014년 1건, 2015년 4건 등으로 모두 철새 도래지에서 발생했지만 농가로는 전파되지 않았다. 올해 발생한 고병원성 AI도 사육 농가로 번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제주 지역 4개 철새 도래지에 2만5000여 마리가 찾아온 것으로 추정돼 AI가 광범위하게 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해안이나 하천, 골프장 연못 등 크고 작은 물웅덩이에도 겨울 철새가 서식하고 있으나 방역 활동은 전무한 실정이다.

 제주항을 오가는 각종 차량에 대한 예방 활동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택배, 건축 자재, 렌터카, 승용차 등이 하루에 수백 대씩 밀려들고 있으나 차량 바퀴를 소독하는 게 전부다. 차량에 실린 물품에 대한 전수 조사는 불가능하고 닭, 오리 등을 적재한 의심 차량에 대한 검사도 소홀하다. 방역에 참여하는 방역관(수의사)은 21명으로 AI 대응에 절대적으로 부족해 민간에서 방역관을 지원받고 있다. AI 사태 장기화로 제주 지역 달걀 생산량은 하루 51만 개에서 48만 개로 감소해 자급률이 94%에서 86%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최근 달걀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김경원 제주도 축산과장은 “가금 농가로 AI가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점 소독 시설, 통제 초소를 설치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하면서 철통 방어 작전을 펼치고 있다”라며 “AI 전파를 막는 데는 초동 대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농가 154곳에서 닭 166만 마리, 오리 4만 마리, 기타(거위, 메추리 등) 11만1000마리 등 모두 181만1000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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