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이기진]대전 관광객 유치전략 새로 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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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100선’을 선정 발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서 인지도와 만족도, 방문 의향 등 온라인 설문조사와 내비게이션 운행일지, 빅 데이터 분석과 전문가 의견 등을 통해 결정하는 한국의 버킷리스트인 셈이다.

 2년마다 선정하는 100선에 오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에 상시 등재된다.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여행사의 여행지 안내와 ‘나 홀로 여행객’의 지침서가 되기도 한다.

 대전의 경우 2013년부터 계족산황톳길이 3회 연속, 장태산휴양림이 2회 연속 100선에 선정됐다. 계족산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14.5km에 달하는 맨발 황톳길이, 장태산휴양림은 국내 유일의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시는 한국관광공사의 100선 발표가 나오자 보도자료를 내고 자랑했다.

 하지만 대전시의 이런 자랑에 “참 잘했어요”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는 이유가 뭘까? 머릿속에서 “이 정도밖에 안돼”라는 말을 토해내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100선’ 선정 결과를 놓고 전국 6개 광역시를 단순 비교만 해도 그렇다.

 2015년 선정 때 9곳에서 이번에 11곳으로 늘어난 서울시를 빼놓더라도 인천은 1곳에서 2곳, 부산이 3곳에서 4곳, 광주가 1곳에서 2곳으로 늘었다. 인천은 송도 센트럴파크가 새로 선정됐고, 광주는 대인예술시장과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이 신규 선정됐다. 부산도 국제시장&부평깡통시장과 부산원도심 스토리투어가 새로 선정됐다. 이런 마당에 대전시가 과연 2곳이 연속 선정됐다는 것만 가지고 자랑만 할 수 있는 것인가?

 대전시는 그동안 관광객 유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대전에는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핑계를 내놓았다. 역사와 문화 경관 모두 뒤떨어진 곳이 대전이라는 패배주의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100선에 추가 선정된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와 광주 대인예술시장, 부산 국제시장 등이 과연 역사와 문화 경관을 필요로 한 곳인가? 대전의 경우 대청호 오백리길을 비롯해 ‘없는 게 없다’는 중앙시장, 60년 역사의 빵집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주변 스토리가 얼마든지 100선의 자격이 있는 곳이다. 조성된 지 40년이 된 대덕연구단지 내 과학스토리도 우수하다.

 역사와 문화 경관이 타 시도에 비해 부족한 대전시, 이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한 스토리(story)를 발굴해 텔링(telling)하는 전략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기진·대전충청취재본부장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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