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손실 일부 메워준다는 서울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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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사업 지지부진, 민간투자 꿈쩍 않자…
당초 기업 100% 책임 민자사업… 위험-손익공유형 방식으로 바꿔
서부선-위례신사선-면목선에 적용… “경제성 낮으면 포기해야” 지적

 
서울시가 경전철 사업의 추진 방식을 잇달아 변경하고 있다. 민간사업자가 손실을 100% 감수하는 당초 방식에서 서울시 재정으로 손실을 일부 보전해줄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인 사업성 제고 대신 손쉬운 재정 지원의 길을 열어놓아 세금 낭비 가능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서울시 관계자는 “경전철 서부선(새절역∼서울대입구역) 사업에 ‘위험분담형(BTO-rs)’이나 ‘손익공유형(BTO-a)’ 등 새로운 민자사업 방식을 포함해 내년 초 다시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비 1조6191억 원이 투입되는 서부선은 노선 길이가 16.15km로 현재 계획 중인 서울 지역 경전철 10개 중 가장 길다. 하지만 2008년 최초 제안서 접수 후 8년 가까이 사업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위험분담형이나 손익공유형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이다. 손실이나 이익을 기업이 100% 책임지는 기존의 방식(BTO)과 달리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일정 부분 분담한다. 위험분담형 방식은 통상 손실이나 이익을 공공과 민간기업이 50%씩 나눈다. 손익공유형은 공공이 전체 민간투자 금액의 70%에 대해 원리금 상환액을 보전해 주고 초과 이익이 발생하면 나누는 방식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기업이 30%까지 떠안고 30%가 넘어가면 재정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기업의 이탈을 막고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 같은 다양한 민자사업 방식의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완공을 눈앞에 두고 사업이 일시 중단됐던 우이신설선(북한산역∼신설동역)이나 올 10월 삼성물산이 철수하면서 주간사가 바뀌는 등 진통을 겪은 위례신사선(경기 위례신도시∼신사역)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앞서 서울시는 GS건설로 주간사가 바뀐 위례신사선과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고 있는 면목선(청량리역∼신내역)에도 민자사업 제안 방식을 다양화했다.

 문제는 경전철 사업이 지지부진한 근본 원인인 수익성에 대한 제고 방안은 빠져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경전철은 장밋빛 사업으로 평가됐지만 인구 감소와 대체 교통수단 발달 등으로 대부분 수익성이 당초보다 크게 낮아졌다. 서부선도 비용편익 분석치가 2008년 1.04(1이 넘으면 경제성이 있다는 의미)에서 5년 만에 1.03으로 감소했다. 따라서 사업성 개선 없이 손실을 분담하는 새 민자사업 방식을 적용할 경우 처음 수요를 예측할 당시에 산정되지 않았던 세금 지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주민들의 원성이나 ‘표심’을 고려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경제성이 낮으면 과감히 포기 선언을 해야 불필요한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당초부터 경전철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시민의 교통복지를 위해 추진한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 일정 부분의 재정 지출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경전철#박원순#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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