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트… “진보-보수 공존하는 모델로 만들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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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1주년]<중>정치-지역 논리에 우왕좌왕

6일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어둠을 밝히는 조명 불빛이 켜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아시아 문화허브를 꿈꾸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6일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어둠을 밝히는 조명 불빛이 켜졌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아시아 문화허브를 꿈꾸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국내에서 유일한 세계적 복합문화시설이다. 20여 년 전 논의가 시작된 문화전당은 정권에 따라 명암이 엇갈렸고 각계의 목소리도 달랐다. 개관 1년을 맞은 문화전당은 정치, 지역 등이 지원은 하되 최대한 책임 있는 자율성을 주는 ‘팔 길이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예술행정가 존 픽이 역설한 이 원칙은 정부 등이 후원자로서 예술 각계를 지원하지만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주지역 예술단체들은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비선 실세인 차은택 씨가 추진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내용이 문화전당 사업과 일치해 문화전당의 콘텐츠나 인력, 예산 등이 축소됐다는 의혹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해임된 이영철 전 문화전당 전시예술감독(59)은 “차 씨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추진이 문화전당 콘텐츠 준비 등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문화전당은 10년 전부터 아시아의 역사, 문화, 예술, 기술 등을 하나로 풀어내는 문화 융복합의 국내 원류이지만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추진되면서 속빈 강정이 된 느낌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감독이 해임된 직후 선임된 목진요 전 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예술감독(47)은 2015년 밀라노 엑스포 한국관 감독으로 선임됐는데, 안면이 없던 차 씨가 감독 자리를 가로채 미운 감정이 있다고 주장하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문화전당이 문화 융복합의 원류인 것은 맞지만 문화창조융합벨트가 영향을 많이 끼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감독은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전당을 예산 낭비 사례로 지적한 것은 정부의 지원을 움츠리게 하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동일한 분석을 했다. 지역에서는 문화전당 사업의 시작을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의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을 기념관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시점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시 문화전당 건립을 공약한 것을 시초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후 지역에서는 이명박 정부는 문화전당에 무관심했고 박근혜 정부는 냉대한다는 여론이 돌았다. 이처럼 문화전당은 정세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문화전당에 대한 논쟁도 자주 벌어졌다. 문화전당 외관이 지하에 있어 랜드마크가 될 수 없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건축가 우규승 씨의 설계안대로 지어졌다. 이후에는 문화전당 사업 명칭을 ‘문화중심도시냐’ ‘문화수도냐’를 놓고 다퉜고 예산 회계 성격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옛 전남도청 별관 문제나 문화전당 운영기관 성격을 놓고 국립(정부기관), 법인화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여론은 각종 논쟁 가운데 문화전당의 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것도 있었지만 소모적 사안도 있었다고 평가한다.

 일부에서는 한때 지역 정치권 실세의 측근들이 아시아문화원 직원으로 채용되는 낙하산 인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부는 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이 폐쇄적 운영을 하며 소통을 하지 않는다는 쓴소리를 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 문화예술기관인 문화전당은 2023년까지 각종 국책사업을 추진한다. 예술가들 사이에서 문화전당의 미래에 대해 ‘공룡처럼 덩치가 커 천천히 움직이지만 놀라운 일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의견과 ‘방향을 잃은 난파선 같다. 지금이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란 의견이 공존한다. 이병훈 전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단장(59)은 “문화전당을 정치 공세에서 자유롭고 진보와 보수 예술이 공존하는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며 “문화전당 조직도 원활한 소통, 문화적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국립아시아문화전당#팔 길이 원칙#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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