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낙태’ 의사 처벌 강화 백지화…1개월 자격 정지 유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1일 2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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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를 한 의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던 정부의 계획이 전면 백지화됐다. 이에 따라 불법 낙태 수술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은 의사는 기존대로 1개월 동안만 자격이 정지된다.

복지부는 9월 말 입법 예고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 개정안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과 불법 낙태 수술 의사의 자격 정지 기간을 1개월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당초 복지부는 불법 낙태 수술, 대리 수술, 진료 중 성범죄 등 8가지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고 이런 행위를 한 의사의 자격 정지 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사의 처벌이 강화된다는 소식에 의료계와 여성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의료계는 "비현실적인 낙태 관련 법령을 고치지 않고 의사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개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낙태 수술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여성 단체들은 낙태 합법화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18일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한발 물러섰고 결국 개정안을 발표한 지 50일 만에 불법 낙태 의사 처벌 강화를 없던 일로 한 것.

이에 복지부의 섣부른 결정이 사회적 논란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관계자는 "처벌이 강화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복지부가 처음부터 심사숙고했어야 했다"며 "복지부의 섣부른 결정이 사회 갈등과 논란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유명무실한 징계로 불법 낙태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형법상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사는 10년 이하 징역, 임신부는 1년 이하 징역이나 벌금 200만 원에 처해진다. 금고형 이상을 받은 의사는 면허가 취소된다. 하지만 단속을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처벌 사례는 극히 적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수정안에서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을 8개에서 6개로 단순화했다. 불법 낙태 수술 외 다른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낮췄다. 사용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투약한 의사는 위반 횟수에 따라 1차는 1개월, 2차는 2개월 간 자격이 정지된다. 만약 환자에게 큰 피해를 줬다면 위반 횟수에 상관없이 6개월 간 자격이 정지된다. 진료 외 목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하거나 투약해 벌금 이하의 형을 받은 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은 3개월로 조정했다. 다만 △진료 중 성범죄 △대리 수술 시 자격정지 기간은 기존대로 12개월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수정안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경 시행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법제처 심사 과정에서 양형, 법 논리 등을 고려해 일부 수정이 있을 수 있지만 큰 들에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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