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0년새, 아침밥 더 거르고 폭음… 우울증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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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015 건강영양조사’ 결과

 눈을 떠 보니 오전 7시. 또 늦잠이다. 오늘도 아침 먹긴 걸렀다. 중견기업 과장 김한국 씨(가상인물·45)는 허겁지겁 집을 나섰다. 김 씨처럼 아침식사를 거르는 비율은 2005년 19.9%에서 지난해 26.1%로 크게 높아졌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전국 1만여 명의 건강 행태와 영양 섭취 등 600개 항목을 조사해 6일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김 씨의 하루로 분석했다.

 # 낮 12시. 김 씨는 중국 음식점에서 짬뽕을 주문했다. ‘나트륨 과다 섭취의 주범’이라는 얘기에 피해왔지만 엊그제 본 ‘짬뽕 먹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05년 5392mg에서 점차 줄어 2014년 3836mg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4002mg으로 다시 증가해 목표섭취량(2000mg)의 2배를 넘겼다.

 반면 칼슘은 권장량 대비 섭취율이 10년 새 75.9%에서 69.6%로 떨어졌다. 칼슘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나트륨은 섭취가 늘었는데 반대로 칼슘은 제대로 보충되지 않아 뼈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 오후 1시. 최근 금연한 김 씨는 담배 생각이 간절했지만 꾹 참고 커피 전문점으로 향했다. 지난해 성인 흡연율은 22.6%로 1998년(35.1%) 조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낮았다. 교육부가 13∼18세 중고교생 7만여 명을 조사한 결과 남학생 흡연율도 2005년 14.3%에서 지난해 11.9%로 줄어든 뒤 올해 9.6%로 처음으로 한 자릿수에 진입했다. 지난해 1월 담뱃값을 올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흡연 문화도 개선돼 회사 내 간접 흡연율은 전년(40.1%)보다 크게 떨어진 26.8%로 집계됐다. 반면 커피 탄산음료 등 음료의 하루 평균 섭취량은 10년 새 61.5g에서 192.3g으로 3.1배로 급속히 증가했다.

 # 오후 7시. 처리할 잔무가 남은 김 씨는 퇴근 가방을 싸는 대신 구내식당에 들렀다. 야근이 일상이 된 지 오래고, 가족과 저녁 식탁에 마주 앉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저녁식사를 가족과 함께하는 비율은 2005년 76%에서 지난해 64.7%로 줄었다. 당국은 이 같은 양상이 야근이 늘어난 팍팍한 일상 외에도 1인 가구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하루 한 차례 이상 외식하는 비율도 조사가 시작된 2008년(24.2%)보다 8.9%포인트 증가했다.

 # 오후 10시. 긴 하루를 마친 김 씨와 회사 동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술잔을 들었다. 평소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는 응답은 2013년 24.4%에서 지난해 31%로 늘었고, 2주 이상 연속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했다는 ‘우울감 경험률’도 10.3%에서 13%로 증가했다. 음주 습관도 거칠어졌다. 한자리에서 소주 7잔(여성은 5잔) 이상 마시는 날이 한 달에 하루 이상인 ‘월간 폭음률’은 37.3%에서 38.7%로 늘었고, 일주일에 이틀 이상인 ‘고위험 음주율’도 12.5%에서 13.3%로 높아졌다. 다만 청소년의 음주율은 2006년(28.6%)부터 조금씩 줄어 올해 15%였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0년 새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환자는 대체로 줄었지만 나트륨 과다 섭취와 폭음 등 건강 위험 행태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다”며 “나쁜 식습관이 질병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아침밥#2015 건강영양조사#폭음#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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