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캠퍼스內 불법 건축물 ‘모르쇠’ 일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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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후 중장비 동원해 철거… 연구실로 쓰던 컨테이너 빼돌리고
총장은 “보고 못받았다” 주장

인하대 2호 북관 6층 옥상에 있던 대형 컨테이너 연구실(위 사진). ‘건축환경시스템 연구실’로 사용하던 이곳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철거됐다. 아래 사진은 철거 후 모습.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 2호 북관 6층 옥상에 있던 대형 컨테이너 연구실(위 사진). ‘건축환경시스템 연구실’로 사용하던 이곳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철거됐다. 아래 사진은 철거 후 모습.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대가 캠퍼스 내 불법 증축 건축물에 대한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연구실로 쓰던 불법 컨테이너를 급하게 철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하대는 관할 남구로부터 이행강제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학생들의 수업이 없는 주말에 대형 중장비까지 동원해 철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인하대와 남구에 따르면 언론 취재가 이뤄진 20일 오후 인하대 2호 북관 6층 옥상에는 대형 컨테이너로 만든 ‘건축환경시스템 연구실’이 있었다. 이 컨테이너 연구실은 출입문이 2개가 있고 에어컨도 설치돼 있다. 대형 창틀까지 설치돼 있어 사실상 독립적인 건축물이다.

 그러나 이 컨테이너 연구실은 기자가 현장 취재를 위해 25일 다시 찾았을 때 사라지고 없었다. 학교 측이 22, 23일 수업이 없는 주말을 이용해 불법으로 사용하던 컨테이너 연구실을 빼돌린 것이다. 인천시와 남구의 일제 전수조사 때 발각될 경우 자칫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급하게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증축 건축물에서 학생이 배우고 교수가 연구를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 후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순자 총장과 재단의 처신도 대학 구성원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인하대 불법 증축 건축물은 총 6곳에 1984m²에 달한다. 대부분은 1976∼1989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9월 말 민원이 제기되면서 실상이 드러났다.

 하지만 일부 교수들은 “불법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A 교수는 “불법 건축물을 요건을 갖춰 합법화한다는 방침이 있었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취임 2년째를 맞는 ‘안전 최고책임자’인 최 총장은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며 위반 건축물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인하대는 공식 해명 자료를 통해 지난해 발령을 받은 사무처장과 시설팀장이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전임자로부터 불법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지만 최 총장과 재단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결국 전임자조차 최 총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사무처장은 이 같은 사실을 정석인하학원과 한진그룹에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대한항공 출신인 인하대 사무처장이 불법 건축물의 존재 여부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민원 제기 후 위반 건축물 현장을 방문해 오히려 학생들을 탓한 최 총장의 처신도 논란이 된다.

 이달 6일 시설팀장과 함께 현장을 찾은 최 총장은 불법 증축 건축물에서 건축설계 실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내부 환경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건축물을 ‘건축설계 실습실’로 쓰게 한 대학이 먼저 반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인하대 공대 학생인 J 씨는 “불법 건축물에서 공부하게 만든 총장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해야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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