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개방형 온라인 강좌 ‘케이무크’ 1년… 대학 풍경 바꿔 놓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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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온라인으로 듣고, 교실선 토론 발표… ‘거꾸로 수업’ 확산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케이무크 강좌 ‘솔직한 원자력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다. 경희대가 마련한 세 번째 무크 강좌로 내년 초에 서비스될 예정이다. 용인=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허균영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케이무크 강좌 ‘솔직한 원자력 이야기’를 촬영하고 있다. 경희대가 마련한 세 번째 무크 강좌로 내년 초에 서비스될 예정이다. 용인=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잠시 멈췄다 갈게요.”

 가을 하늘 상공으로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가자 음향 감독이 눈살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사람들이 잠시 멈추고 한숨을 돌렸다. 드라마 촬영장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 7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벌어졌다.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인 케이무크(K-MOOC·Korea-Massive Open Online Course)인 ‘솔직한 원자력 이야기’ 12주 차 촬영 현장이다.

 케이무크는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어디서나 대학의 명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지난해 10월 도입됐다. 수동적으로 보고 듣기만 하던 기존의 온라인 학습 동영상과 달리 가르치는 사람과 학습자, 학습자들 간에도 소통이 가능하다. 시스템을 통해 질의응답, 토론, 퀴즈, 과제 제출 등을 할 수 있다. ‘솔직한 원자력 이야기’ 무크 강좌를 제작하고 있는 이영태 경희대 교수학습지원센터 교수는 “찬성과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주제를 채택해 학생과 상호작용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강좌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케이무크로 달라지는 대학 풍경

 온라인 공개강좌(MOOC)는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후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서는 케이무크라는 이름으로 도입됐다. 지난해 서울대 KAIST 등 10개 대학의 27개 강좌를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20개 대학 100여 개의 강좌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무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학의 풍경도 바꿔 놓고 있다. 이화여대는 올해 1학기부터 케이무크 개설 교과목을 들으면 학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케이무크에 개설된 ‘현대물리학과 인간 사고의 변혁’,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인간 행위와 사회구조’, ‘건축으로 읽는 사회문화사’ 등 4개 과목을 수강하면 대학에서 각각 3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일반 신청자들과 똑같이 온라인 강좌를 듣지만 이화여대 학생들이 학점을 인정받기 위해 별도의 특강을 듣고 시험을 치는 것만 차이가 있다. 이 학교 경영학과 2학년 이혜진 씨는 “강의 동영상만 보는 게 아니라 중간에 퀴즈도 풀어야 하고, 토론에도 참여해야 하고 오프라인에서 시험도 봐야 해서 학점을 인정받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하지만 온라인 강의 덕분에 강의 시간을 조정하기는 편리하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해외 공개강좌까지 학점으로 인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부산대 세종대 숙명여대 등도 케이무크를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다.

 강의실 안 수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일명 ‘거꾸로 수업’이라고 불리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이 대학 강의실에 확산되고 있는 것. 플립러닝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고, 집에서 숙제를 했던 기존 수업 방식을 뒤집어 강의는 집에서 케이무크로 듣고, 학교에서는 토론과 발표 등을 하는 수업 방식이다. 서울대는 지난해 겨울학기에 ‘융합자연과학Ⅱ’ 과목에 케이무크를 활용한 플립러닝을 도입했고, 올해 1학기에도 대학원 수업인 ‘노벨렉처강독’ 등에서 이 방식으로 수업했다.

김희준 서울대 교수가 케이무크 강좌인 ‘우주와 생명’에서 강의하고 있는 모습. 이 강좌는 3차원(3D) 컴퓨터그래픽을 반영한 
크로마키 방식으로 개발돼 면대면 수업에서 제시하기 어려운 다양한 학습 자료와 깊이 있는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고 서울대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 제공
김희준 서울대 교수가 케이무크 강좌인 ‘우주와 생명’에서 강의하고 있는 모습. 이 강좌는 3차원(3D) 컴퓨터그래픽을 반영한 크로마키 방식으로 개발돼 면대면 수업에서 제시하기 어려운 다양한 학습 자료와 깊이 있는 내용을 제공하고 있다고 서울대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 제공
 케이무크를 통한 대학 간 학점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은 기계공학, 화학, 생명공학, 화학공학, 재료공학 분야에서 전공기초 5개 강좌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과 이건우 서울대 공대 학장 등이 직접 강사로 나섰다. 세 학교 학생들은 다른 학교 교수의 수업을 듣고 오프라인에서 지정된 절차를 거치면 학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대학 밖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케이무크

 케이무크 개통 이후 1년간 방문자는 총 160만 명을 넘었고, 회원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회원의 연령별로는 20대가 30.8%로 가장 많지만 40대(18.7%)와 30대(17.0%), 10대(16.5%) 등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중고교생의 이용도 크게 늘고 있는 것. 한양대부속고 2학년 학생 10여 명으로 이뤄진 과학동아리 ‘큐리어스’는 동아리 활동에 케이무크를 활용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김희준 서울대 교수의 강좌인 ‘우주와 생명’을 집에서 듣고 학교에 와서는 학습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식으로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동아리 회장인 노현진 양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것과 관련이 있는 내용을 케이무크 강의를 통해 더욱 자세히 배울 수 있고, 친구들과 토론을 통해 여러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케이무크는 해외로도 진출하고 있다. 경희대가 개발한 ‘세계시민교육, 지구공동사회의 시민으로 살기’ 강좌는 동티모르국립대의 강의에 활용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가 발달하지 못해 개별적으로 시청하기보다는 수업 시간에 강의실에서 시청하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도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쿠웨이트에 거주하는 전수빈 씨(24)는 직장에서 재무 분야에 근무하면서 이준구 서울대 교수의 ‘경제학 들어가기’ 강좌를 수강했다. 전 씨는 “해외 거주자들은 비싼 학비 때문에 무엇을 배우거나 대학에 진학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케이무크를 통해 무료로 명강의를 들을 수 있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용인=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케이무크#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m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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