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 강제입원 못 시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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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신보건법 헌법 불합치”
“본인 동의 없이 신체 자유 제한… 치료보다 격리목적 이용될 우려”
法 개정될때까지는 효력 유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보호자 동의와 의사의 진단만으로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정신보건법 근거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에서 해당 법 조항을 개정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도록 했다.

 헌재는 29일 재산을 노린 자녀들에 의해 강제 입원을 당했던 박모 씨(60·여)가 낸 정신보건법 제24조 1항과 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보호자 2인의 동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인의 진단을 요건으로 정신질환자를 정신의료기관에 보호 입원시켜 치료받게 할 수 있다는 해당 조항은 개정안이 나올 때까지 법적 효력을 지닌다.

 헌재는 강제 입원이 인신구속의 성격이 있음에도 “현행 정신보건법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부당한 강제 입원으로부터 환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야 하는데 환자의 의사를 고려하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입원 기간도 지나치게 길어 치료 목적보다는 격리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의 정신질환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보호입원 대상의 요건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점도 문제로 꼽았다. 또한 박 씨의 사례처럼 보호자와 환자 간의 갈등이 발생할 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1명의 진단으로도 강제 입원이 가능해 권한 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으로 이미 강제 입원된 정신질환자들이 당장 퇴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대로 인신보호법에서 정하는 구제절차를 밟아서 입원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야 한다.

 강제 입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국회는 올해 5월 29일 정신보건법을 전부 개정했다. 내년 5월 30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은 입원 기간에 대한 규정은 손질했지만 정신질환자의 의사를 진술할 수 있도록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는 등 헌재가 지적한 다양한 문제점들을 여전히 안고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헌법 불합치 ::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동시에 법 효력이 무효가 되는 위헌 결정과 달리 시차를 두기 때문에 ‘변형적 위헌 결정’이라고 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정신병원#강제입원#진단서#치료#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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