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받·겠·습·니·다” 김영란법 앞둔 추석… 백화점 등 콜센터 확인단계서부터 “선물 안받겠다” 거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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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회관-교수아파트 등 택배 급감… 배송된 선물은 보지도 않고 반송조치
권익위 “배달된 물품 신고 뒤 반환… 보낸사람에게 거부의사 명확히 해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일 국회 의원회관의 택배 보관 장소. 선물상자로 가득하던 예년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1일 국회 의원회관의 택배 보관 장소. 선물상자로 가득하던 예년과 달리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추석 선물 같은데 그냥 반송 처리해 주세요.”

추석이 2주 앞으로 다가와 선물 배송이 점차 늘어나는 가운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을 우려해 택배 물품을 그대로 반송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영란법은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 이번 추석엔 규제를 받지 않지만 공직자 등이 괜히 구설에 오를까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 아파트 단지, 의원실마다 “반송해 주세요”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교수아파트는 대표적인 ‘김영란법 지뢰밭’ 가운데 하나다. 서울대 교수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으로 분류되면서 서울대 교수만 사는 아파트의 모든 가구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다.

1일 교수아파트 관리실의 4단짜리 택배 보관함에는 일반 택배물 3개만 놓여 있을 뿐 대부분 텅 비어 있었다. 교수아파트 관계자는 “지난해 같으면 보관함이 꽉 찼을 텐데 올해는 추석 선물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면서 “뜸하게 들어오는 선물조차 내용물도 보지 않고 반송해 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이 사는 아파트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은 “최근 과일 선물세트, 고기 선물세트 등이 들어왔는데 주민들이 열어 보지도 않고 ‘추석 선물 같으니 반송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아파트 관계자도 “한 주민이 선물로 받은 고급 의류 두 벌을 바로 반송해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명절마다 전국에서 온 선물이 산더미처럼 쌓이던 국회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의원회관 1층 택배 보관소로 들어오는 수량 자체가 줄어들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택배기사는 “지난 설 연휴와 비교해서 명절 선물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택배 보관소에서 추석 선물인지 확인한 뒤 의원실로 가져가지 않고 바로 반송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전이지만 미리 주의하자는 차원에서 선물이 들어오는 족족 돌려보내고 있다”면서 “다른 의원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권익위 “법 시행땐 반송만으론 불충분”

선물 배송을 막 시작한 백화점들이 밝힌 추석 선물 반송률은 예년과 비슷한 1% 미만 수준이지만 배송이 본격화된 후 반송이 늘어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는 선물을 배송하기 위해 콜센터 직원, 택배기사 등이 선물을 받을 사람과 연락하다가 “선물을 받지 않을 테니 돌려보내 달라”는 반응이 나와도 친절히 안내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 다른 유통업체 관계자도 “기업의 선물 배송 의뢰가 들어오면 받는 사람에게 연락해 배송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때 수령을 거절하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헌법재판소의 김영란법 합헌 결정이 내려진 7월 28일 직전에 이미 직원들에게 선물 반송용 스티커를 만들어 배포했다.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라고 적힌 스티커를 선물에 붙여 돌려보내 위반 사례를 막자는 것.

하지만 김영란법 주무 부서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시행 이후에는 단순히 선물을 반송한다고 위반 소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영란법은 금품을 받았을 때 지체 없이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금품을 반환하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반송이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소속 기관에 신고하고 보낸 사람에게도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길호 kilo@donga.com·김동혁·이새샘 기자
#김영란법#추석#콜센터#확인단계#택배#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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