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연구관의 여름철 관리법… 냉장고가 냉창고… 세균이 웃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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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의 70%만 채워야
부패쉬운 달걀은 문쪽보다 안쪽… 비닐봉투 대신 밀폐용기 사용을
얼려도 세균은 죽지않아
육류, 상온서 2시간 지나면 세균 급증… 빨리 냉동뒤 해동땐 전자레인지 이용

11일 서울 성북구 기자의 집을 방문한 황진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예방과 연구관(왼쪽)이 냉장고 안 식품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그는 기자와 기자의 어머니에게 “꽉 찬 냉장고를 당장 비우라”고 조언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1일 서울 성북구 기자의 집을 방문한 황진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예방과 연구관(왼쪽)이 냉장고 안 식품 보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그는 기자와 기자의 어머니에게 “꽉 찬 냉장고를 당장 비우라”고 조언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아…. 어머니, 이러시면 안 돼요.”

낮 최고기온이 36.4도를 기록한 11일 서울 성북구 기자의 집을 방문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예방과 황진희 연구관은 빈틈없이 꽉 찬 냉장실을 열어보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식중독균이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는 여름철은 연중 식품 위생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다. 그래서 이날 가정에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식품 보관 요령을 직접 배우기 위해 전문가인 황 연구관과 함께 기자의 집 냉장고를 점검한 것.

냉장실보다 심각한 곳은 냉동실이었다. 꽉 찬 음식물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대부분 밀폐용기가 아닌 검은 비닐봉투에 담겨 있었다. 부피를 줄이기 위한 엄마의 고육지책이었다. 그렇다 보니 냉동실은 엄마 외에는 아무도 어떤 식품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알 수 없는 엄마의 ‘비밀 창고’가 된 지 오래다.

황 연구관은 “냉장고는 70%까지만 채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냉기가 잘 돌지 않아 식품 위생에 위협이 된다”며 “당장 꽉 찬 냉장고를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닐봉투에 담는 보관 방법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밀폐용기에 보관해야 식품을 빨리 찾을 수 있을뿐더러 다른 식품 오염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장고 구석구석을 살피던 황 연구관의 시선이 냉장실 문의 달걀 보관함에 담긴 달걀에 멈췄다. 그는 “냉장고 문은 온도 변화가 심한 곳이라 즉시 먹거나 잘 상하지 않는 식품만 보관해야 한다”며 “달걀은 상하기 쉬운 식품이라 이곳에 보관하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럼 어디에 보관해야 할까. 그는 “달걀 껍데기에 묻은 균이 다른 식품을 오염시킬 수도 있다. 포장 용기째 냉장고 안쪽에 넣어두라”고 조언했다.

“이건 유통기한이 지났네요.” 황 연구관은 냉장실 문 위에 있던 케첩을 꺼내 들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냉장실에 있던 소스 9개 중 7개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었다. 가장 오래된 것은 샤부샤부용 소스로 유통기한이 2014년 10월까지였다. 한번 사면 오래 두고 먹는 소스는 유통기한을 간과하기 쉬운 식품이다.

냉동된 식품은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는지 물었다. 이날 냉동실에서는 올 초 휴가 때 쓰고 남은 돼지고기, 마트에서 충동 구매한 만두가 있었다. 더 안쪽으로는 지난해 설에 선물받은 전복과 굴까지 ‘발견’됐다. 이런 식품이 있는지 까맣게 잊고 있던 것들이었다.

황 연구관은 “냉동 기간보다 냉동 전 상태와 해동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상온에서 2시간이 지나면 세균이 급증하고, 냉동 상태에서 활동을 멈춘 세균이 잘못된 해동 과정에서 다시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냉동했다고 세균이 죽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냉장 해동, 전자레인지 해동을 추천했다. 흐르는 물에 해동한다면 4시간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점검 결과 기자의 집 냉장고는 대청소가 불가피한 상태였다. 하지만 어머니와 머리를 맞대도 수많은 음식을 어떻게 처리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선 유통기한이 지난 소스들부터 버렸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냉장고#여름#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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