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구역서 금연요청했다가 뺨 맞은 女 “쌍방폭행?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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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8월 8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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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 생후 7개월 된 아기를 태우고 있던 여성 A씨가 지난달 30일 오후 5시 20분쯤 서울 은평구 지하철 응암역 4번 출구 앞 건널목에서 50대 남성에게 뺨을 맞았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던 남성에게 이동 흡연을 요청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 이후 두 사람은 길거리에서 서로 밀치며 신경전을 벌였고, 쌍방폭행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뺨을 때린 당사자가 자신의 처벌을 논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A씨는 경찰의 부당한 처분을 지적하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A씨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잘못된 일을 지적했을 뿐이다. 나는 정당한 일을 했고 (경찰의 부당한 처리방식에 대해)글을 올린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전했다. A씨는 “지하철역사에서 10m까지는 금연구역이라고 길바닥에 쓰여 있더라. 그런데 그 남성은 당당하게 줄담배를 피워댔다. 우리 같은 어른들은 숨을 잠시 참으면 되지만 아기는 그럴 수가 없지 않나. 그래서 ‘여긴 금연구역이니 다른 곳에서 피워 달라’고 부탁했다”라며 “그런데 그 사람이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자꾸 그러면 신고한다고 했더니 그 사람이 제 팔을 잡더니 뺨을 때렸다”고 말했다.

경찰에 신고한 A씨는 그 와중에도 담배를 피우던 남자의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겨두기도 했다.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쌍방폭행 혐의였다. 남성에게 맞은 후 그를 밀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 장면은 인근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횡단보도 중간에 유모차를 둔 A씨가 뺨을 맞고 다소 휘청한 뒤, 남성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밀치는 장면도 담겼다.

A씨는 이에 대해 “사람이 맞으면 무의식으로 밀치게 돼있다. 유모차에 있는 아기는 횡단보도 가운데 있고 나는 더 맞게 생겨서 무작정 이 사람을 떼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지구대에 가서 씩씩거리면서 ’딸 같은 애한테 나도 맞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당방위 여부를 경찰에서 조사했냐고 묻자 A씨는 “아니다. 경찰이 그건 경찰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 검사와 판사가 판단할 일이라며 일단 억울해도 쌍방으로 피의자로 조사를 하셔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런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남성이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나는 절대 합의하지 않고 그 남성을 처벌해달라고 했다. 이에 지구대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고 서부경찰서로 넘어갔다. 그 사람이 경찰서로 넘어가니 일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다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불기소 처분됐다.

처벌 받을 상황은 면했지만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번 사건에 관한 글을 남기며 공론화를 시켰다. 커뮤니티에서 A씨는 “경찰의 진지하지 못한 태도에 화가 났다. 사건을 빨리 처리하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경찰은 ‘상해진단서를 끊는데만 10만원이 더 든다’며 좋게 합의하고 끝낼 것을 권했다”고 주장했다. 또 담당 형사가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사진을 찍어두었다고 하는데, 신고해봐야 과태료 1~2만원 내는 게 전부니 일을 너무 크게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며 “해코지를 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고 제안했다고 하기도 했다.

이 글은 누리꾼들에게 퍼지며 안일한 경찰의 태도에 비난을 가했다. 이에 대해 경찰관계자는 “폭행한 남성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며 “경찰이 합의를 권하거나 좋게 해결하자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방송을 통해 “내가 처벌받지 않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남자가 처벌을 받는 게 중요하다. 이 일을 글로 올리려고 했을 때 나 역시 스스로 잘못한 것은 없는지 생각해봤다. 나는 절대 시비를 걸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잘못된 일을 보면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교육을 받는다. 하지만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내 정당한 권리이다. 이런 불의에 대해 지적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세상에는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내겐 큰일이었다. 이런 내 작은 행동하나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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