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역사를 30억과 바꿔” 이대 학생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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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가 추진하는 고졸재직자를 대상으로 한 ‘미래라이프 대학’ 신설에 대해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 300여명은 28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을 점거하며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본관 앞 이화여대 초대 총장인 김활란 동상에 계란을 투척하고 페인트와 밀가루 등을 뿌리며 ‘130년 이화의 역사를 30억 원과 바꿀 수 없다’ ‘미래라이프 OUT’ 등이 쓰인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날 시위는 최근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이하 평단사업)’에 이화여대가 추가된 것이 계기가 됐다. 평단사업은 ‘선취업 후진학’을 모토로 실업계 고등학교 출신의 고졸재직자, 혹은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을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하는 교육사업이다. 5월에 1차로 대구대 명지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인하대 제주대 선정됐고, 15일 2차로 이화여대 동국대 창원대 한밭대가 추가됐다. 이에 이화여대 측은 여성 특화형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 대학’을 계획 중이며 28일 대학평의원회에서 미래라이프 사업을 학칙에 반영하기 위한 ‘학칙 개정 심의 과정’ 논의가 이뤄졌다.

학교 측은 “현재 고졸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시스템은 고려대, 숙명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고 정원 외로 선발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총학생회 측은 평단사업은 이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대학들에서 이미 시행중인 교육 시스템은 소수의 인원만 정원 외로 선발되며, 선발된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정규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총학생회 측은 “이화여대 평단사업은 ‘미래라이프’ 단과대학을 단독으로 개설하며 매해 약 2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인원 외로 선발된다”며 “이는 수능 성적을 안보고 고졸재직자를 대상으로 학위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총학생회 측은 학생들에게 “학교가 미래라이프 사업을 철회할 때까지 모든 기부금 및 동창회비 지원을 중단하라”며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들 사이에선 등록금 납부 거부, 졸업장 반납 등의 단체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회의실을 점거한 총학생회 시위대는 “불법 점거가 아니라 총장의 불통에 대한 항의의 표시”라며 “사업이 철회될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지연 기자, 강해령 인턴기자(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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