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맞춤 진로지도-멘토링-따뜻함… 일반고 장점 많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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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나 서초고 2학년 11반
최해나 서초고 2학년 11반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생활 3년은 단순히 입시 준비만을 위한 기간은 아니다. 성인이 되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경험하는 학습 공동체라는 더 소중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내가 ‘일반고’ 학생이라고 하면 ‘특별한 학교’에 속하지 못했으니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서울 서초구의 일반고인 서초고에 다니면서 이곳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이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 교실은 지하철 2호선을 타고 통학하는 여러 학생의 다양한 가능성과 고민이 모여 있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화가, 상담심리학자, 무아이타이 선수, 케이팝 안무가, 언론인 등 세상의 곳곳에 서기를 꿈꾸는 친구들이 있다. 각자의 선택은 다르지만 학교 안에서 우리는 모두 존중과 격려,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고 있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배운다.

보통 중학생들이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이유는 뭔가 특별한 교육 환경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나 경험해 보면 일반고에 오히려 다양한 장점이 있다. 형편에 따른 개인별 맞춤형 진로지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어서 그때그때 필요한 도움을 정확히 받고 있다. 동문 선배나 학교 밖 전문가 등과 연결된 멘토링 시스템도 있어서 멘토 선배가 학교를 찾아와 들려주는 생생한 조언에 힘을 얻게 된다. 진로 설계의 디딤돌이 돼 주는 교내 대회도 여러 분야에서 수시로 열려 저마다 각자의 일정으로 바쁘다.

입시의 부담감은 전국의 고교생이 비슷하겠지만 숨 쉴 틈, 함께 웃을 여유를 주는 교육이 우리 학교에는 있다. 얼마 전 기말시험을 마친 뒤 우리 반은 옥상 공원에서 담임선생님과 함께 삼겹살과 라면 파티를 열었다. 푸른 하늘을 배경 삼아 틈틈이 연습한 기타와 드럼으로 사제 합동공연을 하고, 음대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는 갈고닦은 클라리넷 연주를 들려줬다.

내가 서초고에 와서 가장 먼저 받은 선물은 선생님들이 직접 만드신 저글링 공이었다. 두뇌를 활성화시켜 준다면서 선생님이 저글링 시범을 보이고 가르쳐 주셨을 때의 신선한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우리는 공을 주고받으면서 입학할 때의 어색함을 떨치고 바로 친해졌다. 전교생이 저글링을 배우고 있는데 연말에는 페스티벌을 열고 봉사도 다닌다.

주변에서는 우리 학교가 일반고지만 진학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우리의 꿈이 진취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더욱 멋지다고 생각한다. 교장선생님이 점심시간마다 식당에 들러 우리와 학교생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등 학생들을 따뜻하게 응원해 주는 분위기는 곧 세상으로 나갈 우리에게 ‘너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용기를 준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교는 조금은 특별한 일반고다.
 
최해나 서초고 2학년 11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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