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문태학]어르신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위한 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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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교수
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교수
같은 속도로 나란히 달리던 두 차가 앞서가던 화물차가 떨어뜨린 적재물을 동시에 발견했다. 두 차의 운전자 모두 전방 주시를 철저히 했지만 한 대는 교통사고를 피했고 다른 차는 화물을 들이받았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운전자의 나이였다. 사고를 피한 차의 운전자는 33세, 사고가 난 차의 운전자는 75세의 어르신 운전자였다.

위험을 인지하고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반응시간은 성별 연령 컨디션 주의력 및 위험 예측의 정도 등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지만 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지연된다. 30대 운전자의 반응시간은 0.7초였지만 70대 운전자는 1.2초가 걸렸다. 그만큼 정지거리가 길어지면서 적재물을 들이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고 사례에서 보았듯이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어르신 운전자는 청장년층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 통계(경찰청 자료)를 보면 운전자의 연령이 61세 이상일 경우 사망률이 높아지기 시작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65세 이상일 때 사망률은 60세 이하의 1.5배 수준이고 71세 이상은 2배 이상이다. 같은 기간 어르신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 점유율 역시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 대비 6.1%(2011년)에서 9.9%(2015년)로 증가하는 추세다.

어르신 운전자들에게 운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제도적 보완과 개인의 노력이 합쳐지면 어르신 운전자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고령자로 하여금 운전면허를 반납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 또는 자발적 문화 형성이 필요하다. 최근 동아일보 기획기사처럼 대한노인회가 적성검사 기간 단축이나 점진적 인지능력 검사의 의무화 방안에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르신 운전자는 본인의 신체 및 정신적인 상태가 운전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르신 운전자는 노화에 따른 감속운전 및 차간거리 확보 등의 운전행동 변화를 실천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에서는 65세 이상 어르신 운전자의 교통안전과 보험료 절약을 위해 노인운전자 교육과정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3시간 교육을 이수하고 교육 중에 실시하는 인지지각 검사를 통과한 어르신 운전자는 2년간 자동차 보험료를 5% 할인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어르신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교수
#어르신 운전자#대한노인회#도로교통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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