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 소환 된 비리 백화점 롯데家의 맏딸 신영자 이사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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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이 손가락질로 임원을 해임한다는 ‘황제 경영’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엔 ‘황녀 뇌물’로 뒷돈까지 챙기는 일그러진 족벌 경영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셈이다.

신 이사장은 31세이던 1973년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이사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사장, 롯데쇼핑 사장, 롯데면세점 사장을 지냈다. 대홍기획 롯데건설 롯데리아 등 계열사 10곳에서도 중요 직책을 갖고 있다. 이런 자리에서 지난해 받은 급여만 32억6800만 원이다. 그런데도 아들 장모 씨가 소유한 BNF통상을 통해 정 전 대표에게서 롯데면세점 입점과 매장 관리에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0억∼20억 원을 챙긴 혐의로 소환됐다. 신 이사장의 뒷돈 수수 의혹은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경영 행태와 관련이 있다. 계열사 요직을 싹쓸이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해도 창업주의 맏딸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알려진 혐의만으로도 ‘비리 백화점’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7, 8월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롯데의 치부는 살인 가습기 살균제 판매, 가족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롯데케미칼의 법인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5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방송 채널 사용 사업권을 재승인받는 과정에서 미래부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하기 어렵다.

검찰이 대규모 압수수색에 이어 줄줄이 소환 조사를 하고 있지만 정치적 의도가 있는 수사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이 공연한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롯데의 비자금 조성과 국부 유출 의혹 규명을 최종 목표로 삼아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1967년 롯데제과로 시작한 롯데그룹을 온전히 한국 기업으로 믿어 온 국민의 배신감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다.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롯데백화점#신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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