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력이 있는 남성이 살인을 저지르고 그에 앞서 중국을 다녀온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전자발찌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도 쉽게 외국 여행이 가능할까.
서울 수서경찰서 강력팀장을 지낸 백기종 경찰대 수사학과 외래교수는 22일 SBS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전자발찌 착용자도 허가를 얻으면 외국여행이 가능해 우리나라는 범죄자의 인권만 중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특수강도강간죄로 복역하다 지난해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출소한 김모 씨(36). 그는 1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60세 여성을 살해하고 다음날 오후 서울 거주지인 서초구 인근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했다. 이후 18일 대전에서 한 여성의 가방을 날치기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김 씨는 이달 거주지를 벗어나 전국 각지를 돌아다녔으며, 지난달에는 전자발찌를 찬 채로 중국에도 다녀왔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가 국내를 7일 이상 여행할 때는 보호관찰관 허가를 획득하면 된다. 외국여행도 보호관찰소나 보호관찰관의 허가를 얻으면 가능하다.
백 교수는 “(전자발찌 착용자가)범행을 저지르고 범행이 은폐된 상태에서 보호관찰소의 허가를 얻고 외국으로 나갈 수 있는데, 외국으로 도피를 해버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김 씨의 위치정보를 파악하기까지는 14시간이 걸렸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동선을 파악해 경찰이 바로 체포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관할 지방 법원장의 허가를 받아 영장 발부라는 절차가 있어 이런 것들이 걸림돌이 돼 체포가 늦어진 걸로 밝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발찌를 끊는다고 하는 건 제2, 제3의 범행을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 동선 파악하도록 경찰에 통보를 하고 그 이후에 지방 법원장의 허가를 득하는 시스템으로 개선이 되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근 법무부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부착해야 하는 대상자는 전자발찌가 처음 도입된 2008년 151명에서 2016년 6월 2501명으로 급증했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규정을 위반해 적발된 경우는 2008년에는 1건에 불과했지만, 2013년 134건으로 늘었다.
백 교수는 “(전자발찌의)내구성을 강화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이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반론이 있다”며 “전자발찌 부착자로 인한 재범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전자발찌를 착용자를 추적하고 관리하는 인력 부족도 지적했다. 그는 “현재 보호관찰소 직원이 한 명이 250명 넘는 전자발찌 착용자를 24시간을 관리하고 있다”며 인력 예산 보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 “보호관찰소와 관할 경찰서가 사전 공조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관련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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