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老학대-자기방임 등 감시망 갖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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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폭력 노인학대]<下> 전문가들 예방대책 제언

노인학대가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학대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노인학대 및 인권에 대한 인식 제고 △신고의무자에 대한 맞춤형 교육 확대 △지역사회 내 감시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가 14일 발표한 ‘2015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1905건으로 2014년(1만569건)보다 12.6% 증가했다. 학대 판정 건수 역시 3818건으로 2014년(3532건)보다 8.1% 늘었다.

○ 신고의무 위반 과태료 부과 안 해

우선 사회적 약자 학대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이나 장애인 학대 연구는 많지만 노인 쪽은 별로 없다”며 “특히 시혜나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노인이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의 관점에서 학대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노인학대 신고의무자 교육이다. 지난해 의료인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등 노인학대 신고의무자(8개 직군, 올해 말 14개 직군으로 확대)가 신고한 학대 건수는 707건으로 전체의 18.5%에 불과했다. 정부의 관리도 부실하다. 노인복지법에 따라 신고의무자가 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현재 300만 원 이하, 올해 말 500만 원 이하로 강화)를 부과하지만 실제로 부과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승호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의료인이 노인학대를 정확히 진단, 평가, 신고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신고의무자 직군별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지역별 신고의무자 협의체를 구성해 이들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피해자 중심 통합지원 필요


지역사회 내 감시체계 역할도 중요하다. 노인학대는 가정 또는 시설 내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특성상 신고된 것보다 감춰진 게 훨씬 많다. 현재 복지부는 경로당 6만3000여 개를 ‘학대 노인 지킴이 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자기방임(자신을 돌보지 않거나 돌봄을 거부하는 행위. 노인복지법에 따라 노인학대로 분류)을 막기 위해서도 센터 지정과 같은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지난해 자기방임 신고 건수가 622건으로 2014년(463건)보다 34.3%나 늘었다. 가족의 무관심과 오랜 생활고, 삶에 대한 비관 등이 더해져 자포자기한 채 사는 노인이 늘고 있음을 뜻한다. 이들은 자살 시도 등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성이 높다. 이현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자기방임은 가해자가 본인이라 잘 드러나지 않고 기초생활수급이나 홀몸노인 서비스 등을 받는 노인이 아니면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웃의 관심과 감시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정 내에서 아동 및 노인학대, 배우자 폭력 등의 학대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관의 개입과 지원은 따로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노모와 어린 아들을 학대하면 노모는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아들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인계된다. 권금주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양원 등 시설에서의 학대 예방 교육 강화와 함께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력 및 처우 개선도 중요하다. 최석환 서울요양원 복지요양팀장은 “영세한 요양원은 2교대로 운영되기도 하는데, 그러면 피곤에 찌든 요양보호사가 본의 아니게 입소 노인을 방임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배우자 학대 2년 새 19.8% 급증

‘2015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 가해자는 아들(36.1%)이 가장 많았고, 배우자(15.4%)와 딸(10.7%), 며느리(4.3%) 등 친족이 69.6%를 차지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노인인 ‘노노(老老) 학대’도 전체의 41.6%나 됐다. 60세 이상 배우자에 의한 학대는 2013년 530건, 2014년 571건, 2015년 635건으로 2년 새 19.8% 늘었다. 학대 유형으로는 정서적 학대(37.9%)가 가장 많았으며 신체적 학대(25.9%), 방임(14.9%) 순으로 나타났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노인학대#예방대책#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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