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청 근로자들 死地로 모는 원청업체 엄벌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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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7시 반경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 지하공사 현장이 가스 폭발로 붕괴돼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 같다. 가스 불꽃으로 철근을 자르는 용단(鎔斷)작업을 하는데도 가스 누출 감지시설 같은 안전장치도 없었다. 사상자들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일용근로자였다.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숨진 19세 근로자도 서울메트로의 용역업체에서 일했다. 작년 7월 울산 한화케미칼 폐수처리장 저장조 폭발 사고에서도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사망했다. 공사장의 사고로 숨지는 희생자들은 이처럼 대부분 하청 근로자들이어서 마음을 아프게 한다.

원청업체 직원들은 위험한 공사현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하청업체와 용역업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주로 험하고 궂은일을 도맡는다. 공사를 수주한 원청업체가 공사대금에서 고리 떼듯 제 몫을 챙긴 뒤 하청업체에 더 싸게 일감을 넘기는 하청-재하청 구조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들이 비용 절감에 매달리다 보니 ‘현장의 을(乙)’로 통하는 하청 근로자들은 비숙련 인력으로 채워지고 안전조치가 허술한 현장에 투입되기 일쑤다. 이들이 사고라도 당하면 원청업체는 ‘꼬리 자르기’로 법적 책임을 피한다.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원청업체 사업주를 무겁게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제출됐지만 논의도 못한 채 폐기됐다. 개정안은 사업주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하청 근로자들이 작업 중 숨지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도록 했다. 노동개혁 법안을 놓고 갑론을박하느라 이 개정안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무겁다. 적은 급여를 받고 3D(어렵고 위험하고 더러운) 작업을 맡은 하청 근로자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들이 다치거나 숨져도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도록 여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
#4호선 가스폭발#하청업체#하청 근로자#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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