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위기를 기회로 바꾼 곡성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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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광주호남취재본부
이형주·광주호남취재본부
곡성(谷城)군의 주민 수는 3만623명으로 전남의 22개 시군 가운데 두 번째로 군세(郡勢)가 작다. 전체 면적 547.46km² 중 73%가 산으로 곳곳이 원시림이다. 북쪽 옥과면과 동쪽 고달·오곡면을 따라 섬진강이, 남쪽 죽곡·석곡면을 스치듯 대황강(보성강)이 흐른다.

곡성은 산과 강에 둘러싸인 때 묻지 않은 공원이다. 곡성 마을의 60% 이상은 범죄 없는 마을이다. 고광운 곡성문화원장(65)은 “깨끗한 자연 속에 살다 보니 주민들이 순박하고 낙천적”이라고 했다.

골짜기가 깊은 곡성의 매력을 알고 있던 나홍진 감독이 2014년부터 이 지역에서 ‘울음(곡)소리’라는 뜻의 영화 ‘곡성(哭聲)’을 찍었다. ‘곡성’의 첫 장면 외지인(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이 바위에 앉아 지렁이 미끼를 끼우는 장면은 곡성군 곡성읍 동산리가 촬영지다. 영화에서는 공포감을 느끼게 하지만 실제는 섬진강이 포근하게 흐르고 강태공이 한가롭게 낚시를 하는 풍경이 넉넉한 곳이다.

‘곡성’에서 외지인은 여행 목적으로 마을을 찾은 일본인 낚시꾼이다. 외지인의 은신처인 산속 폐가는 곡성군 석곡면 한 마을의 빈집이다. 폐가가 있는 마을은 8가구가 사는 한적한 동네다. 천연 암반수가 곳곳에서 솟고 땅이 기름지다. 양해석 이장(66)은 “경관이 아름다워 최근에는 귀농인 한 명이 집을 짓고 있다”고 했다. 영화 ‘곡성’은 전체 분량의 30%(25곳)가 곡성에서 촬영됐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영화로 지역이 홍보되겠다’며 기뻐했다가 공포 스릴러물이라는 것을 알고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냐’고 걱정했다. 우려가 커지자 유근기 곡성군수는 지난달 22일 전남일보에 ‘곡성(哭聲)과 다른 곡성(谷城) 이야기’라는 글을 기고했다.

유 군수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제작사에 ‘곡성(哭聲)’으로 표기하고 영화 내용은 허구라는 것을 적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는 1991년 일본의 아오모리 현 사과농장에서는 태풍으로 90%에 이르는 낙과 피해를 입자 나머지 10% 사과를 합격사과로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았다며 우려를 기회로 만들자고 했다.

그는 아름다운 섬진강이 흐르고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 곡성의 포근함을 소개했다. 유 군수는 ‘영화 곡성(哭聲)을 보고 공포가 주는 즐거움을 느낀 분이라면 곡성(谷城)에 오셔서 따뜻함이 주는 즐거움을 담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시골 군수의 세련된 역발상 대처에 관객들이 화답했다. 20일부터 29일까지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에서 열리는 6회 곡성세계장미축제가 대박 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곡성세계장미축제가 열리는 1004장미공원은 4만 m²에 1004종의 장미 3만7000그루가 화사한 색채를 자랑한다.

20일부터 25일까지 곡성세계장미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이 13만8450명에 달해 올해 총관람객은 26만∼3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10∼30% 증가한 것이다. 시골 군수의 바람대로 곡성군청에는 여행 문의 전화가 하루에 수십 통씩 걸려오고 식당들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형주·광주호남취재본부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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