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원 교습시간 제한은 학습권 침해… 11시까지 늘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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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 “‘학원수업 10시 제한’ 조례 개정”
26일 토론회 열어 발의 추진… 서울교육청 “지금보다 줄여야” 반발

서울에서 오후 10시로 제한돼 있는 학원 교습시간을 고등학생의 경우 11시까지 늘리는 방안이 추진된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박호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내용의 ‘서울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다음 달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 “학생의 학습권 보장”

박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개정안의 핵심은 학원 교습시간을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다. 현재 조례 제8조에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라고만 돼 있는데, 이것을 시작 시간은 오전 6시부터로 바꾸고 최대 운영 시간을 △초등학생은 오후 9시 △중학생은 오후 10시 △고등학생은 오후 11시까지로 다양화하자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학생들의 건강한 발육과 휴식을 위해 학원은 특정 요일을 정해 1주일에 1일은 휴업해야 한다’는 학원의무휴업제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중간 및 기말고사 등 정규시험을 앞둔 3주 전에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단서 조건이 있다.

고등학생의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조정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박 의원은 “일률적인 밤 10시 제한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의 학습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 삼았다. 학원 교습시간에 대한 교육부 지침은 없다. 다만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학원법) 제16조가 ‘교육감은 학교 수업과 학생 건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시도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교습시간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고등학생들의 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한 건 서울 대구 광주 세종 경기 등 5곳뿐이다.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제주는 밤 12시까지, 부산 인천 전북은 오후 11시, 전남은 오후 11시 50분까지다. 서울 지역 고교의 22.6%는 오후 10시 이후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데 학원만 교습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26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교육위원회 주최로 학원 교습시간 조정 및 학원의무휴업제 토론회를 열고 크게 이견이 없는 한 다음 달 개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 “지금 학습 시간도 과도”

그러나 토론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반발이 거세다. 서울시교육청은 박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면 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학원 교습시간을 학생 발달단계에 따라 구분하는 건 동의하나 고등학생의 교습시간을 늘리는 것은 반대하며, 초등학생은 오후 7∼8시까지가 적절하고 중학생은 현재 교습시간(오후 10시)보다 단축하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급별로 최대 교습시간을 정하면 적절한 공부 시간에 대해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오후 10시에 학원이 끝나도 집에 가서 씻고 과제하다 보면 자정이 넘어서 잠드는데, 11시로 늘리면 부모와 잠깐 대화할 시간마저 사라진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1991년부터 유지돼온 교습시간 제한 규정은 교육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 아동·청소년(15∼24세)의 학습 시간은 7시간 50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였다. 2위인 스웨덴(5시간 55분)과도 격차가 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도 많은 학원들이 오후 10시 넘어서까지 운영해 단속도 당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법을 현실에만 맞출 수는 없다”며 “지금도 학생들 공부 시간이 너무 많아 휴식이 부족한데 조례를 바꿔 교습시간을 늘리는 건 반대다”라고 말했다.

학원의무휴업제에 대해서는 “학원이 휴무일을 선택하게 하면 교육청의 일제 점검이 어렵고 다른 학원이 특강반을 개설할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6일 오후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은 그동안 학원 업계가 오후 10시 규제를 무력화하려고 끊임없는 시도를 해온 데 호응하는 것”이라며 “과도한 사교육으로 지친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 공교육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학원 시간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신모 씨(49)는 “규정 때문에 오후 10시 이후 카페로 옮겨 학원 수업을 계속 받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가 늦게까지 공부하는 건 안타깝지만 공부 시간은 변함이 없는데 학원만 10시에 끝낸다고 학생들 휴식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미희 전국보습교육협의회장도 “교습시간 제한으로 오히려 심야 불법 과외가 늘고 사교육비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원 교습시간 조정 논란#학습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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