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도 교육부도 모르는 ‘깜깜이’ 유보통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22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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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에서 하고 있잖아요. 우리는 전혀 몰라요.”

누리과정 보육대란이 6월 경기도 등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유아교육·보육통합(유보통합)’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관계자는 이렇게 똑같이 답했다. 내용은 물론이고 뉘앙스마저 같았다. 모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담당하는 공무원이다.

올해는 관리부처 통합과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의 처우 및 격차 해소 등 주요 내용을 결정해 유보통합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하지만 24일 본보 취재 결과, ‘영유아 교육 보육 통합추진단’(이하 추진단)은 관련 부처인 복지부, 교육부와 구체적인 정보 공유 및 협의 과정 없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추진단은 2014년 국무조정실 산하에 설치됐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원화한 체계를 통합해 어디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과 보육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현재 어린이집은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관리 감독을 받는 이원화 구조다.

복지부 보육정책국 관계자는 “요즘은 유보통합 관련 회의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맡긴 부처 통합에 대한 용역 결과도 추진단에서 공유하지 않아 우리 역시 비공식적인 전언만 듣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결국 교육 중심이 되지 않겠냐”며 ‘관리 부처가 교육부로 통합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시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모른다”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의 상황도 비슷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보통합 업무에서 교육부는 사실상 손을 뗐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추진단 내에서도 주요 실무는 교육부, 복지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출신이나 국무조정실 내부 인사들이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이해관계가 첨예한 어린이집과 유치원 관계자를 자극하지 않고 불필요한 소문을 양산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란 말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추진단 관계자는 “관련 부처와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대놓고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중 통합 방안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진단 공식 기한은 2017년 1월까지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갈등의 근본 원인이 유보통합에 있다는 점에서, 통합 자체가 우야무야된다면 누리과정 갈등 논란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지은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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