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초록불, 보행자 많을땐 더 길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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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탄력 운영구간 확대
등하굣길 학교앞-주말 마트 근처 등 시간-요일따라 신호 길이-횟수 조절
연내 74곳서 130여곳으로 늘려

서울 강서구 마곡역 근처 공진초등학교 정문 앞에는 ‘특별한’ 횡단보도가 있다.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오전 7시 30분∼9시, 낮 12시∼오후 5시에 보행신호 시간이 평소 25초에서 30초로 5초가량 길어지는 것이다.

보통 횡단보도 보행신호는 처음 진입할 때 걸리는 시간 4∼7초에 초당 0.8∼1.0m의 보행 속도를 감안해 작동한다. 하지만 공진초교 앞 횡단보도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초당 0.6m의 느린 보행 속도가 적용됐다. 마곡지구 개발 공사가 시작되면서 대형 공사 차량의 통행이 늘어나자, 등하교 학생 보호를 위해 차량 통행신호 시간을 줄이는 대신 보행신호 시간을 늘린 것이다.

이처럼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시간이나 요일별로 보행신호 시간을 다르게 운영하는 걸 ‘보행 시차제(時差制)’라고 한다. 서울시는 서울지방경찰청과 함께 보행 시차제 적용 횡단보도를 올해 안에 두 배 가까이로 늘린다고 22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보행 시차제를 실시 중인 74곳은 대부분 ‘보행 신호가 짧다’는 주민들의 민원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역별 특성을 미리 검토해 시행을 결정할 방침이며 올해 130여 곳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대상 지역은 학교 앞과 사무실 밀집 지역 등 특정 시간에 보행자가 몰리는 장소다. 주말에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 쇼핑몰과 등산로 주변 도로도 포함된다. 보행 시차제의 취지는 ‘차량 소통’보다 ‘보행자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것. 보행신호 시간이 길어질수록 횡단보도를 건널 때 안전성이 높아지고 보행자가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실제 중구 을지로5가 교차로의 남북 측 인도를 잇는 횡단보도는 2014년 3월부터 출근시간대(오전 7시 30분∼9시 30분)와 점심시간대(낮 12시∼오후 1시), 퇴근시간대(오후 5시 30분∼8시)의 보행신호 시간을 37초에서 56초로 연장해 운영 중이다. 차량 통과 시간은 줄어들었지만 보행자 평균 대기 시간은 36초에서 24초로 대폭 줄었다. 보행자 대기 시간이 줄면 횡단보도의 혼잡도가 낮아져 좀 더 쾌적한 보행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보행신호 횟수를 늘리는 방법도 있다. 서울시청 뒤 사거리에는 모든 방향의 보행신호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전 방향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다. 원래 이곳에는 신호 주기마다 44초 길이로 1회씩 보행신호가 켜졌다. 이를 2014년부터 통행자가 몰리는 낮 시간대(낮 12시∼오후 5시 30분) 27초씩 2회로 바꿔 운영하자 보행자의 평균 대기 시간이 31초에서 17초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행 시차제는 도로의 신호를 차량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운영하는 보행 친화 도시의 핵심 요소”라며 “장소별 유형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보행 시자체 적용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서울시#횡단보도#탄력 운영구간#보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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