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년 된 청원 음나무 대량복제 꿈 이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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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문흥규 연구원

“700년 노목을 기어이 복제해 보겠다는 15년 동안의 꿈이 이뤄졌네요.”

복제 기술을 통해 천연기념물 제305호로 수령 700년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공북리 ‘청원 음나무’(사진)의 대량 복제에 성공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문흥규 연구원(59·농학박사·산림생명공학과장)은 깊은 감회에 젖은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985년 산림과학원(당시 임목육종연구소)에 들어와 조직 배양 연구를 해 왔고 지난 15년 동안은 이 분야의 꽃이라는 체세포배 복제 기술에 집중하면서 청원 음나무의 복제 실험을 거듭해 왔다. 체세포배 복제 기술은 시험관에서 식물의 줄기나 잎 등을 조직배양 기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배(embryo)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오래된 나무에서 체세포배 복제 기술에 성공하기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문 연구원은 “100년생 유럽 참나무에서 체세포배 복제를 통해 10여 그루의 묘목을 얻은 것이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세계 최고의 성과였다”며 “하지만 음나무는 훨씬 고령인 데다 묘목도 무한정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음나무 2000그루를 복제해 키우고 있다. 이 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며 ‘엄나무’라고도 불린다. 새순은 ‘개두릅’이라는 산나물로 인기가 많고, 가시가 돋친 가지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다.

문 연구원은 “이번 복제 기술은 노령목을 대상으로 완전한 형태의 복제 묘목 대량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 주는 결과”라며 “배 발생 조직을 만들 때 열처리나 저온처리, 성장호르몬 쇼크 등으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주었는데 이것이 성공의 비결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산림과학원은 3월 이 복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연구 결과는 올해 안에 산림분야 국제 저널인 ‘트리스(Trees)’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보존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이나 희귀 멸종위기 식물, 경제적 또는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노령목의 대량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무의 모양이 아름다운 노령목을 복제하면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묘목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문 연구원은 “정년만 아니라면 역사 문화적 가치가 더 높고, 침엽수라서 기술적으로 더 힘든 정이품송의 복제에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라며 아쉬워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천연기념물#청원 음나무#산림과학원#트리스#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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