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기술을 통해 천연기념물 제305호로 수령 700년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공북리 ‘청원 음나무’(사진)의 대량 복제에 성공한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문흥규 연구원(59·농학박사·산림생명공학과장)은 깊은 감회에 젖은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985년 산림과학원(당시 임목육종연구소)에 들어와 조직 배양 연구를 해 왔고 지난 15년 동안은 이 분야의 꽃이라는 체세포배 복제 기술에 집중하면서 청원 음나무의 복제 실험을 거듭해 왔다. 체세포배 복제 기술은 시험관에서 식물의 줄기나 잎 등을 조직배양 기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배(embryo)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오래된 나무에서 체세포배 복제 기술에 성공하기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문 연구원은 “100년생 유럽 참나무에서 체세포배 복제를 통해 10여 그루의 묘목을 얻은 것이 그동안 학계에 보고된 세계 최고의 성과였다”며 “하지만 음나무는 훨씬 고령인 데다 묘목도 무한정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음나무 2000그루를 복제해 키우고 있다. 이 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며 ‘엄나무’라고도 불린다. 새순은 ‘개두릅’이라는 산나물로 인기가 많고, 가시가 돋친 가지는 악귀를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다.
문 연구원은 “이번 복제 기술은 노령목을 대상으로 완전한 형태의 복제 묘목 대량 생산이 가능함을 보여 주는 결과”라며 “배 발생 조직을 만들 때 열처리나 저온처리, 성장호르몬 쇼크 등으로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주었는데 이것이 성공의 비결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산림과학원은 3월 이 복제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마쳤으며 연구 결과는 올해 안에 산림분야 국제 저널인 ‘트리스(Trees)’지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 기술은 보존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이나 희귀 멸종위기 식물, 경제적 또는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은 노령목의 대량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무의 모양이 아름다운 노령목을 복제하면 같은 아름다움을 지닌 묘목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
문 연구원은 “정년만 아니라면 역사 문화적 가치가 더 높고, 침엽수라서 기술적으로 더 힘든 정이품송의 복제에 한번 도전하고 싶었다”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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