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누리꾼, 재난때 악플戰… 외교분쟁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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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촨성-동일본대지진, 세월호 참사때 국민감정 악화시켜 불매운동 등 초래

2008년 5월 중국 인터넷 커뮤니티 차이나런(chinaren.com)에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같은 달 중국 쓰촨(四川) 성 대지진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한국 포털사이트 뉴스에 올라왔고 일부 누리꾼이 ‘티베트에서 사람을 죽이더니 대가를 치렀다’는 등 악플을 달았다. 중국 누리꾼은 이 악플들을 추려 중국어로 번역해 커뮤니티에 올렸고 순식간에 혐한(嫌韓) 감정이 퍼졌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사태도 마찬가지. 한국 포털에 해당 뉴스가 뜨자 악플러들이 ‘때맞춰 후지 산도 터지면 대박’이라는 식의 험담을 늘어놨고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 투채널(2ch.net)에서 번역되자 ‘김치(한국인 지칭) 죽어’라는 식의 악플이 달렸다.

쓰촨 성 및 동일본 대지진, 세월호 참사 등 대형 재난 사태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악플이 역사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중일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 악플이 악플을 낳는 악순환을 통해 삼국 간 외교 분쟁으로 이어지고 나아가서는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어 댓글 작성 시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악플로 인한 한중일 감정싸움은 소수에 불과한 악플만을 긁어모아 해당 국가 전체의 생각인 양 호도하는 일부 누리꾼들에 의해 심화된다. 지난달에는 일본 구마모토(熊本) 현 강진 피해로 한국 정부가 구호물품을 보내기로 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본의 악플러들은 해당 뉴스에 ‘반(半)쓰레기 물품을 보냈다’는 등 막말을 달았다. 일부 한국 누리꾼은 이 악플들만 모아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악플러들은 ‘병×들이 넘쳐 난다’고 맞대응했다.

하지만 국내 악플은 전체 게시글 가운데 11.9%에 불과해 국민 정서를 대변한다고 할 수 없다. 또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도 누리꾼 상당수가 악플보다는 선플(착한 댓글)을 단다.

중국인 유학생 리차오리(李巧麗·가명·30) 씨는 “한국인이 쓴 악플을 보면 감정이 상하지만 그것이 전체인 양 판단하지 않는다”며 “세월호 사태가 일어났을 때만 하더라도 중국 커뮤니티에는 조의를 표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악플에 맞서 선플들을 한데 모아 재난을 당한 나라에 전달함으로써 민족을 불문하고 피해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병철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은 “사소해 보이는 악플이 외교관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을 일으키는 등 경제적으로 타격을 줄 수도 있다”며 “선플 운동처럼 한중일 민간이 스스로 긴장을 완화하는 시도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누리꾼#재난#악플#한국#중국#일본#외교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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