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안된 아기가 침대서 떨어져 다쳤어요” 부모의 말 사실일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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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기획/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아이 뒤집기, 최소 100일은 지나야… 관심 갖고 보면 학대여부 알수 있어

태어난 지 100일도 되지 않은 아기가 머리를 다친 채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 부모는 “다른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우는 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침대에서 떨어져 있었다. 우리도 너무 놀라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질문. 부모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까?

곽영호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2일 “침대에서 떨어져 다쳤다는 건 영·유아 자녀 학대를 감추기 위해 보호자가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뒤집기를 못 하는 아이는 몸통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침대에서 스스로 떨어질 수 없다. 발달 단계상 뒤집기는 생후 100∼200일 사이에 한다. 따라서 이 아이의 외상은 어른의 학대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발생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

곽 교수는 “의료진 대부분은 이 같은 상황과 아동학대를 연결해 생각하지 못한 채 X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아이의 상태만 보려고 한다”면서 “하지만 소아 외상환자의 경우 조금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학대에 의한 것인지, 사고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의 외상을 보고도 학대인지 확신이 없어 신고를 주저하는 신고 의무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이 몸에 나타난 흔적을 유심히 살피면 학대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학대로 멍(타박상)이 생겼다면 주로 머리나 얼굴에 여러 개가 몰려 있다. 학대로 인한 화상은 △성기나 다리 쪽에 대칭으로 발생하고 엉덩이는 괜찮고 △화상 부위 테두리가 직선인 경우가 많으며 △사고보다 자국이 깊고 뚜렷하다. 아이를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 주저앉히는 형태로 학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골절은 팔다리가 아닌 날개뼈나 갈비뼈 등 통상적이지 않은 부위에서 일어난다. 눈과 귀, 얼굴 옆 부분 등에는 잡아당기거나 비튼 흔적이 있고 벨트나 옷걸이, 머리빗, 전깃줄 등 때린 기구가 연상되는 상처가 있다. 또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다거나, 타인과의 접촉을 두려워하고, 위축돼 있으며, 공격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아동학대#학대여부#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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