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달리는 시한폭탄’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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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낡은 전동차량-선로 등 교체 못해 사고 우려
안전예산 4년간 2조5000억 필요… 누적부채 4조에 투자 엄두 못내
국비지원-공사채 발행 막혀 골머리

서울 지역 지하철의 낡은 설비를 바꾸고 고치는 데 무려 2조5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노선 2개를 신설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사실상 서울시 자체 조달이 불가능한 데다 정부의 지원 계획도 없어 ‘고장철’ ‘사고철’로 불리는 서울지하철의 안전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2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9년까지 지하철 안전시설 재구축에 각각 1조5855억 원과 8953억 원 등 2조4808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분야별로는 노후 전동차 교체에만 서울메트로 4229억 원, 도시철도공사 2491억 원 등 총 6720억 원이 든다. 또 오래된 선로(線路)와 전력설비, 터널 내 송수관 등 노후 설비 개선에 1조5000억 원(서울메트로 9523억 원, 도시철도공사 4750억 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야 한다. 특히 내년부터 3년간 연평균 7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보통 서울지하철의 안전시설 개선 비용은 연간 2000억 원 안팎이다.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로 인해 전면적인 내장재 교체가 이뤄진 2005년에 4013억 원, 스크린도어가 집중 설치된 2009년에 6668억 원이 쓰인 바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건 그만큼 서울지하철 설비가 낡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전동차의 60%, 도시철도공사 전동차의 51% 이상이 만든 지 20년이 넘었다. 이런 노후 전동차는 3000량에 이른다. 올 1월 지하철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한성대입구역 부근에서 고장으로 멈춰 승객 수백 명이 긴급 대피했는데 당시 전동차도 출고된 지 23년 된 차량이었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두 기관의 부채 총액은 4조3000억 원이 넘는다. 또 두 곳 모두 매년 1000억∼2000억 원의 적자가 나고 있어 부채는 계속 늘고 있다. 서울시와 두 기관의 자력으로는 안전시설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서울시는 국비 지원과 공사채(公社債) 발행 등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이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방 철도의 최초 건설비 외에 해당 공기업의 운영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진설계 보강을 위해 연간 120억∼320억 원의 국비가 지원되고 있다.

공사채 발행은 행정자치부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행자부는 2014년부터 도시철도의 손실 보전이나 운영에 필요한 시설 투자 목적 사업에는 공사채 발행을 못하도록 했다. 시설 투자 명목으로 지방 공기업들이 천문학적인 빚을 지면서 부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 관련 투자비 충당을 위한 공사채 발행 승인을 여러 차례 행자부에 요청했지만 ‘승인이 어렵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서울지하철#전동차량#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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