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아동학대 예방 예산 80억 긴급증액, ‘신고센터’ 시설-인력 늘린다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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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월 다섯째주 종합대책 발표

정부가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아동학대신고센터 관련 예산을 올해 계획 대비 20%가량 긴급 증액하기로 했다. 법무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활용해 당초 370억 원에서 80억 원(21.6%) 늘어난 450억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액 예산은 아동학대신고센터 역할을 하는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력을 늘리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로는 갈수록 늘어나는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정부의 아동학대 신고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아동학대 예산 80억 원 긴급 수혈


정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문제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져 그동안 묻힌 사건들에 대한 신고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아동학대 신고를 받는 창구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 예산 편성을 하면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 370억 원을 책정했다. 이 중 160억 원은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나온 국비이고, 210억 원은 지방자치단체와 아동보호전문기관 운영 법인(통상 비영리 재단)이 분담했다. 중앙정부, 지자체, 운영 법인이 대략 4.5 대 4.5 대 1의 비율로 기관 설립 및 운영에 들어가는 돈을 댄 것이다. 이번에 추가될 80억 원도 정부가 기금에서 30억∼40억 원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지자체 등이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늘린 예산으로 우선 1곳당 상담원을 평균 2, 3명가량 충원하고 아동학대가 많이 발생하는 지역 위주로 기관을 신설할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때 아동학대 관련 예산을 크게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 “급한 불 끄는 수준… 인력·기관 태부족”


정부가 급한 대로 올해 관련 예산을 20%가량 늘렸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아동학대를 막는 데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연간 2만 건가량 신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인력을 소폭 충원하는 대책으로는 늘어나는 아동학대 사건을 접수하는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56개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1곳당 근무하는 상담원은 평균 15명으로, 상담원 1명이 지역 내 평균 1만8000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다. 상담원이 학대 의심 가정을 수시로 현장 방문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현재 여건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학대 의심 가정 방문 전담팀을 꾸리고 24시간 촘촘히 아동안전망을 짜는 것이 목표이지만 이 정도 인력으로는 교대근무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 관장은 “상담원이 학대 의심 아동 가정을 24시간 감시하고 방문하기 위해서는 기관 1곳당 최소 1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한 실정”이라며 “100억 원을 인력 충원에만 써도 전국 56개의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담원을 6명씩 늘리는 데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담원이 현장에서 욕설을 듣고 구타를 당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데도 월 급여가 계약직 기준 170만 원 안팎에 불과한 것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다. 유미숙 숙명여대 교수(아동복지학)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사업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부처별로 대책을 만들다 보니 예산은 늘 부족하고 아동학대는 근절되지 않는다”며 “땜질식 처방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보다 체계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임현석 기자
#아동#학대#예산#80억#신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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