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걷듯… ‘강화 나들길’서 봄을 맞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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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신미양요의 격전지인 광성보를 둘러보고 있다. 광성보는 통상을 요구한 미국이 함대를 이끌고 침공할 당시 미국 상륙 부대가 초지진, 덕진진을 점령한 후 백병전을 치른 곳이다. 강화군 제공
학생들이 신미양요의 격전지인 광성보를 둘러보고 있다. 광성보는 통상을 요구한 미국이 함대를 이끌고 침공할 당시 미국 상륙 부대가 초지진, 덕진진을 점령한 후 백병전을 치른 곳이다. 강화군 제공
인천 강화도는 고대에서 근대까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린다. 고인돌 등 선사시대 유적은 물론이고 대몽항쟁에서 병인양요, 신미양요에 이르기까지 외세에 맞서 싸운 우리의 역사가 오롯이 남아 있다.

역사의 고장인 강화도를 제대로 알려면 쉬엄쉬엄 걸으며 역사의 현장을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특히 ‘강화 나들길’이 제격이다. 강화 나들길은 모두 20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코스와 8코스가 강화군이 추천하는 대표 코스로 수도권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코스는 ‘호국(護國) 돈대길’로 불린다. 돈대는 외부의 침략을 막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둘러쌓은 일종의 군사 진지다. 총 17km(갑곶돈대∼초지진)로 5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오르막 코스가 없어 쉬엄쉬엄 걷기에 그만이다.

강화군은 호국과 관련된 유적지가 많아 자녀와 함께 걷기 좋은 길이라고 설명했다. 2코스 출발 지점인 갑곶돈대는 고려가 1232년부터 1270년까지 도읍을 강화로 옮겨 몽고와 전쟁을 치르면서 강화해협을 지키던 전략 요충지다. 2코스에서는 광성보와 덕진진 초지진을 만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킨 우리 민족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교육 효과도 크다. 또 혼자서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프 포토존과 조롱박, 수세미터널, 갯벌 전망 의자 등 힘들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잘 조성돼 있다.

강화 나들길 8코스의 황산도 덱길.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가에 설치돼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화군 제공
강화 나들길 8코스의 황산도 덱길.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가에 설치돼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화군 제공
아름다운 해안 경관과 넓은 갯벌, 저어새 등 철새 도래지를 볼 수 있는 8코스는 강화 나들길의 백미로 꼽힌다. 8코스는 초지진을 출발해 분오리돈대까지 총 17.2km로 5시 40분이 소요된다.

초지진은 바다에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1679년에 만든 요새다. 신미양요 때 미군이 이곳으로 상륙해 전투를 벌였다. 1875년 ‘운요호 사건’ 때는 조선 침략의 첨병인 일본 군함 ‘운요호’가 이 앞바다에서 초지진 포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다. 지금도 소나무와 성벽에는 포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어 만나는 황산도 어판장은 배 모양의 건물로 포토존 역할을 한다.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 갯벌에는 덱으로 길을 만들었다.

선두 4리와 5리 어판장에 도착하면 강화를 대표하는 어종인 밴댕이와 숭어 꽃게 주꾸미 등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선두리 어판장에는 관광객이 편히 쉴 수 있는 커뮤니티 광장, 관찰 망원경, 갯벌생태체험장, 세족장을 설치했다.

마을을 관통하는 2.5km의 ‘철새 보러 가는 길’은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걷기에 좋은 길이다. 이 구간은 강화 나들길 8코스 구간 중 ‘가장 아름다운 길’로 통한다. 강화도 남단의 선두리 갯밭 마을을 가로지르는데 친환경 흙 포장 보행로를 설치했다.

또 저어새와 두루미 등 철새 조망을 위한 관찰 쉼터와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경관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소황산도에서 섬암교 구간에서는 드넓은 갯벌과 갯벌 계곡을 볼 수 있다. 분오리돈대에 오르면 동막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오리 어판장에서는 여름철 망원경을 이용해 각시바위에 앉아 있는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다.

손지숙 강화군 문화관광과 실무관은 “강화 나들길 2·8코스는 나라 사랑의 마음을 느끼며 낭만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라며 “주꾸미 등 싱싱한 제철 수산물은 나들길에서 만나는 보약으로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스트레스를 풀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032-933-3771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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