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지하철 첫 노동이사 도입한 박원순 속뜻은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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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출범할 서울지하철통합공사에 공기업 최초로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 서울메트로(지하철 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지하철 5∼8호선)의 통합을 추진 중인 노사정대표단은 이사회에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를 조례와 정관에 명시하기로 잠정합의했다. 두 공사 노조가 25∼29일 투표에서 승인하면 31일 노사정대표단이 노동이사의 수와 경영협의회 구성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지하철의 막대한 적자를 줄이기 위해 재작년 말부터 통합에 착수했다. 두 공사는 당시 총 40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냈고 누적부채도 4조6000억 원에 이른다. 노후시설 교체 자금 1조6000억 원을 조달할 방안도 없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이미 노조에 “인위적으로 인력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노동이사제 도입도 보장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노동이사제를 저성과자 해고 등을 막는 수단으로 홍보한다. 이래서야 서울지하철의 방만 경영을 수술하고 적자폭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노동이사제는 1970년대 독일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일부 도입됐다. 노조 대표가 아니라 노조가 추천하는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감시 기능에 집중한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의사결정만 더디게 하고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한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박 시장이 얼마나 신중한 검토 끝에 결정했는지 궁금하다. 더욱이 우리 지하철 노조는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거의 해마다 빠짐없이 분규와 파업을 일삼았다. ‘통합 공룡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시민의 발이 묶일 우려가 크다.

조합원이 노동이사가 될 수 있는지는 노동조합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어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유럽과 한국은 노조 운영시스템이 다르다”며 부정적이다. 진보좌파 계열에서 대통령 후보로 꼽히는 박 시장은 노동이사제를 산하 19개 공기업으로 확산하려고 한다. 서울시 산하 공기업을 이용해 노동계의 우군을 확보하려는 ‘대권 프로젝트’라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 박 시장은 당당하게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서울지하철#서울메트로#노동이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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