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첫마을 ‘불꺼진 상가들’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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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료 비싸고 상권 점차 분산… 장사 부진하며 공실률 높아져
일부 상가 소유주 선불요구 횡포

‘임대’와 ‘매매’ 안내표지가 붙어 있는 세종시 첫마을의 한 상가. 국세청 주변 등 첫마을의 적지 않은 상가들이 부진한 매출과 높은 임차료 때문에 문을 닫아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임대’와 ‘매매’ 안내표지가 붙어 있는 세종시 첫마을의 한 상가. 국세청 주변 등 첫마을의 적지 않은 상가들이 부진한 매출과 높은 임차료 때문에 문을 닫아 주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세종시 첫마을의 상가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도시 개발로 초기에 이곳에 집중됐던 상권이 점차 분산되면서 장사는 이전보다 안 되는데 임차료는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한 상가 소유주들은 임대료를 높게 유지하는 것도 모자라 임대료 선불까지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세종시 첫마을 불 꺼지는 상가 늘어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의 W 상가의 1층 치킨집이 지난해 말 문을 닫았다. 30대 초반의 젊은 사장이 의욕을 갖고 문을 열었지만 높은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개업 4개월 만에 장사를 접었다. 첫마을과 주변의 아파트 상가를 둘러보면 문을 닫은 횟집과 한식집, 분식집 등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의 매장용 상가의 투자수익률은 작년 1분기 1.66%, 2분기 0.50%, 3분기 0.78%, 4분기 0.61%로 2분기부터 뚝 떨어진 상태다. 전국 평균인 1.82%를 크게 밑도는 수치이며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세종시의 매장용 상가 임대료는 작년 4분기 기준 m²당 3만5000원으로 1년간 10%가량 떨어지기는 했으나 전국 평균인 2만8800원보다 훨씬 높다. 상가 공실률은 작년 1분기 6.9%에서 4분기 7.6%로 올라갔다.

가게를 임차해 쓰는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공실률이 높아지자 일부 상가 소유주들은 기존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고 선불을 요구하는 횡포까지 부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첫마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 씨(45)는 “2층(198m²) 음식점 매장의 한 달 임차료가 무려 550만 원으로 서울 강남 수준인데 여기에다 선불까지 요구한다”며 “상가의 공실이 늘어나 수익률이 떨어지자 건물 소유주들이 오히려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불 같은 불평등 계약을 요구하는 곳은 아마도 세종시밖에 없을 것”이라며 “자영업자들을 빚더미에 오르게 하는 이런 관행에 대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일부 상가 소유주 임대료 선불 요구 횡포

G공인중개사 대표 김모 씨(49)는 “올해 초 정부 부처 이전이 마무리되면 대규모 추가 유입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고액을 투자한 상가 소유주들은 임대료를 낮추려 하지 않고 오히려 임대료 선불을 요구하는 관행을 이어 가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공실이 늘면 결국 자신들도 손해라는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은 신도심이다 보니 인건비도 높아 자영업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업주인 홍모 씨(46)는 “일하는 아주머니의 일당이 평일 9만 원, 주말 10만 원으로 서울보다도 높다”고 말했다.

행정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도시 개발에 따라 상권이 분산되면서 첫마을 상가의 영업 부진과 임차료 부담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백화점 등 대규모 상업 시설이 첫마을 주변에 들어서면 첫마을 상권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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