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멘토링으로 저소득층 학력격차 우리가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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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랑 단원인 도유정 씨(가운데)가 4일 달팽이연구소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하랑 단원인 도유정 씨(가운데)가 4일 달팽이연구소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4일 오후 인천 남구 용현 1·4동 새마을금고 인근 골목길. 해가 질 무렵 어디선가 삼삼오오 모여든 초등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초등생 10여 명은 손에 책 한 권씩을 들고 잰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허름한 단독주택 2층의 ‘달팽이연구소’. 평소에는 주민들에게 목공예 등을 가르치는 장소로 활용되다가 2월부터는 이 동네 초등생을 위한 ‘청소년 학습 멘토링’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이들이 들어서자 이들의 멘토인 인하대 사회봉사단 ‘인하랑’ 단원들이 환한 미소로 반겼다. 미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도유정 씨(21·국제통상학과 1학년)는 영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이날은 다른 봉사단원을 대신해 수학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인하랑 단원 35명 중 12명이 초등생을 위한 수업을 진행한다. 대학생 1명이 초등학생 3, 4명과 한 팀을 이뤄 매주 월, 화, 목요일 오후 6∼8시 2시간 동안 수업을 한다. 단원 1명이 초등생과 중학생을 집중 지도하는 방식이다. 학습 부진으로 수업에 흥미를 잃는 학생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출석률이 높고, 수업시간에도 높은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 수업이 이뤄지는 공간이 협소한 탓에 초등생 15명의 수업은 달팽이연구소에서 이뤄진다. 중학생 13명은 인하대 내 빈 강의실을 수업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청소년 학습 멘토링에 참가하는 초·중학생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맞벌이를 하는 탓에 학업에 소홀했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력저하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르치고 있다.

인하랑을 이끌고 있는 윤여정 씨(25·전자공학과 3학년)는 “부모의 소득 격차가 아이들의 성적이나 학력 격차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청소년 학습 멘토링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한 초등생은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요즘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어 수업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인하랑은 앞으로 대학생 멘토 30여 명을 추가로 확보해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방면의 학습을 지도할 계획이다. 또 아이들의 정서함양 지원은 물론이고 진로탐색 등 미래 설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용현1·4동 주민센터(동장 문한주)는 학습공간 제공과 간식비 지원 등 청소년 학습 멘토링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돕고 있다. 원도심인 남구 용현1·4동의 관내 용정초교와 용일초교의 학생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이런 탓에 관내에는 국어와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학원도 많이 부족하다.

인하대 관계자는 “사교육을 받기 힘든 원도심 아이들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처음 대학과 가까운 용현1·4동 주민센터와 재능 나눔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40, 50대 어머니들의 늦깎이 향학열을 돕는 용마루 야학교도 1974년 설립해 운영하는 등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지식 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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