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흉물로 방치된 해운대 상가에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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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부산 해운대 시티코아 상가 4층 내부. 15년 전 지어진 건물이지만 관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부산 해운대 시티코아 상가 4층 내부. 15년 전 지어진 건물이지만 관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겨울비가 내리던 12일 부산 해운대구 시티코아 상가. 지하 7층, 지상 7층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1층에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섰고 외관도 일반 상가와 다르지 않았지만 내부는 전혀 딴판이었다. 1층 롯데슈퍼와 5층 돌잔치 뷔페식당, 7층 웨딩홀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텅 빈 상태였다. 특히 4층은 심각했다. 바닥은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실내는 폐가와 다를 바 없었다. 4층에 일부 소유권을 가진 A 씨(63)는 “벌써 15년이 흘렀다. 처음 투자할 때는 이렇게 비참하게 될지 상상하지 못했다”며 가슴을 쳤다. A 씨는 30여 년 자영업을 하며 모은 목돈에다 은행 빚 1억8000만 원을 보태 총 3억 원을 투자했다. 소유주들에 따르면 이 상가에 투자했다가 실패해 이혼 등 가정불화를 겪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13만5000여 명이 거주하는 대형 상권 내 상가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됐을까. A 씨를 포함해 상가 구분소유주는 580여 명에 이른다. 이들에 따르면 2001년에 준공된 시티코아는 도시철도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이점 등으로 당시 투자 열기가 대단했다.

하지만 얼마 후 시행사가 부도나 관리사를 선정하지 못했고 대부분 매장이 정상적으로 문을 열지 못했다. 2층의 소유주들은 상가 정상화를 위해 2년간 임대료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2006년 M사에 관리를 일임했다. 2층에는 곧 뷔페식당이 입점해 정상화가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A 씨 등은 “관리사가 입점 상가들이 낸 관리비를 가로채기 시작했고 2층 외 나머지 층도 소유주 동의 없이 식당 가구점 등을 입점시킨 뒤 받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다시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M사는 수차례 회사명을 바꿔 현재 D사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D사 측은 “입점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었고 일부가 도주하는 바람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못 받았을 뿐 이를 가로챈 사실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관리비를 부담해 큰 손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소유주들은 상가 지분 중 48%를 가진 롯데가 상가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상가는 착공 전 롯데쇼핑이 지하 3개 층, 지상 1개 층을 먼저 분양 받았다. 건축도 롯데건설이 맡았다. 시행사가 파산하자 롯데건설이 각 층의 미분양 지분을 대물로 받았다. 이에 소유주들은 롯데가 책임지고 상가 운영에 나설 줄 알았다는 것. 이들은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롯데는 제 이익만 생각할 뿐 일반 소유주들의 피해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대기업으로서 서민과 상생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수백억 원을 투자해 놓고도 매년 큰 적자만 안고 있어 여러 번 철수를 고민했던 게 사실”이라며 “어떤 소유주보다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합법적 대표성을 가진 소유주라면 하루라도 빨리 만나 머리를 맞대고 싶다”고 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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