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밖 청소년’ 20만명, 어디 있는지 모르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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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가정, 무관심한 학교]

“네가 내 인생을 망쳤어.”

광주에 사는 강모 양(19)은 태어난 지 3년 만에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양육비를 보내 주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빈곤에 시달렸던 어머니는 늘 강 양에게 “너만 태어나지 않았으면 나는 이렇게 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시로 때리기도 했다. 어릴 적엔 “죄송하다”며 울던 강 양은 사춘기 이후 반항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고 수시로 가출했다. 면도칼로 손목을 긋는 등 자살도 시도했다. 강 양의 사례처럼 이혼에 경제적 어려움마저 겹치면 자녀를 홀로 집에 놔두는 등의 방임은 물론이고 언어나 물리적 학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부모 가족의 비율은 2010년 7.3%에서 2015년 9.7%로 증가했다. 또 한부모는 가족 및 친인척에게서 자녀 돌봄에 대한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긴급하게 자녀 돌봄이 필요할 경우 누구에게 요청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가족의 15.5%가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답했는데, 한부모의 경우 같은 답변이 무려 25.4%였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혼이나 재혼 가족,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한부모 가족은 공적 영역에서 ‘특별 지원 및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여가부는 만 12세 미만의 자녀를 둔 저소득(최저 생계비 130% 이하) 한부모 가족에게 자녀 1인당 월 10만 원의 양육비를 지원해 주고, 아이 돌봄이가 집을 방문해 아이를 돌봐 주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의 확대는 물론이고 감시하는 역할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고선주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는 “과거엔 지역공동체가 자녀 양육의 조력자 또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며 “이젠 이 역할을 공적 영역에서 담당해야 끔찍한 사건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처럼 이혼 가족이나 한부모 가족일 경우 아동 학대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니 예방 교육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36개 주에서 이혼 가족의 부모를 대상으로 아동 학대 예방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가족 내 불화를 겪는 아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 현재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7만 명. 이 중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는 청소년이 약 20만 명에 이른다. 학교 밖 청소년의 정보가 부처별로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업 중단 학생의 정보를 관련 기관에 제공하려면 학생 본인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밖 청소년이 발생할 경우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 해당 학생 정보를 넘기도록 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법률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청소년#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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