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대받는 아이들, 학교가 부모 대신 껴안아 줄 순 없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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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동안 부모에게 모진 폭행을 당한 뒤 숨을 거둔 경기도 부천의 열세 살 소녀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도하면 부활할 것이라며 11개월 동안 시신을 방치한 비정한 목사 아버지에게 부성(父性)이 있겠는가.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한 소녀의 처참한 죽음 앞에서 어른들은 숙연해져야 한다.

중학교 1학년이면 아직 아이다. 아이가 스스로 법에 호소할 줄 알 리 없고, 누가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는 한 ‘전문가’가 아동학대를 발견하고 신고할 리 없다. 소녀의 상처를 알아보고 껴안아줄 사람은 결국 학교 교사뿐이다. 생전에 갈 곳도, 마음 붙일 사람도 없었던 아이가 작년 3월 가출해 찾아간 사람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었다.

그러나 담임교사는 소녀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3월 17일 중학교로 전화해 전날 소녀를 아버지에게 돌려보냈다고 했다. 3월 15일 가출 직후 만났던 친구 눈에 띄었던 종아리와 손의 멍든 자국을 왜 교사는 눈여겨보지 않았는지 안타깝다. 그때 그 아이를 아동보호기관에 맡겼더라면, 해당 중학교도 초등학교 교사의 연락을 받은 즉시 아이를 찾아 보호에 나섰더라면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녀는 부모에게 돌려보내진 하루 뒤 피멍 든 시신이 되고 말았다.

중학교는 작년 3월 말 두 차례, 6월 초에 한 차례 출석 독려서를 보냈다. 하지만 독일 박사 출신의 신학대 교수인 아버지가 “잘 지낼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자 교사도, 경찰도 발길을 돌렸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는 출석을 독촉한 후에도 무단결석이 7일 이상 지속되면 학교 측이 교육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그러나 소녀가 입학했던 중학교는 부천교육지원청에 알리지 않았다. 학교와 교육청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교육법 시행령도 학교와 교육청이 따르지 않는 현실에서 정부가 재작년 마련한 아동학대 예방 종합대책이나 올해 만든 장기결석 아동 관리 매뉴얼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촌지 수수로 금지됐던 가정방문이 2008년 허용됐지만 교사들은 여전히 꺼리고 있다. 그들에게 학교는 정년과 노후연금을 보장해주는 ‘안정된 직장’ 이상의 의미는 없는가. 공부는 학원에 맡기고, 인성교육은 가정에 맡긴다면 학교는 대체 뭐하는 곳인가. 학교와 교사만이라도 부모의 손찌검을 피하려는 아이들의 피난처와 지킴이가 돼줘야 한다. 2001∼2014년 총 126명의 아이가 학대로 숨졌다. 지금도 어디선가 사회의 외면 속에 아이들이 못다 핀 꽃송이로 스러져 가고 있다. 소녀의 영혼이 우리에게 응답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대#교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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