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취업포기 인문고생-학교 밖 청소년 ‘실용인재’로 키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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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고교 직업교육 강화 추진

교육부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 직업고교 비율을 점차 늘려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학교 밖 청소년’을 직업고교로 끌어들여 인재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이스터고인 경북 구미전자공업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전자장비를 이용해 실습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교육부는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등 직업고교 비율을 점차 늘려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학교 밖 청소년’을 직업고교로 끌어들여 인재로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마이스터고인 경북 구미전자공업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전자장비를 이용해 실습하는 모습. 동아일보DB
교육부는 고졸 취업과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선취업, 후진학’ 시스템을 안착시키기 위해 고교 직업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현재 전체 우리나라 고교생의 19% 수준인 직업고교(마이스터고 및 특성화고) 학생 비율을 2022년에는 30%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고교생은 줄어들지만 인문계 고교를 줄이고 직업고교는 현재의 ‘정원 33만 명’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궁금증이 남는다. 학생이 줄어들면 당연히 직업고교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도 같이 줄어들기 마련이기 때문. 그렇다고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하는 중3 학생들에게 강제로 “인문계고가 부족하니 너는 직업고교에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직업고교 정원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은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였다.

교육부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학생들이 직업고교를 선택하게 할 계획을 마련해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 ‘낙오 고교생’을 실용 인재로

교육부는 2012년부터 관련 조사를 진행해 왔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중등 직업교육 잠정 수요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현재 고교 체제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교 밖에서 맴도는 학생들을 ‘잠재적인 직업고교 수요자’로 분류해 왔다. 구체적으로는 △인문계고 3학년 중 직업교육 위탁 과정을 밟는 학생 △인문계고에서 적응하지 못해 직업고교로 전학하는 학생 △학력 부진, 학교폭력, 따돌림 등의 이유로 학업을 포기한 학생 △학교 밖 평생교육시설에 소속된 고교생 연령의 청소년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 학생들의 규모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총 1만7554명이었지만 2014년 3만2267명으로 늘었다. 직업고교 정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직업고교 강화’를 통해 이 학생들을 다시 학교 안 울타리로 끌어들일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부분 학업과 취업 둘 다 포기한 경우가 많다”며 “마이스터고 진학을 시도했다가 성적이 낮아 인문계고에 간 뒤 다시 직업위탁교육을 받는 학생도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과 진학 어느 쪽에도 제대로 마음을 붙이지 못해 방황하는 학생들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학생들을 직업고교가 흡수한다면 매년 3만 명의 문제 학생이 실용 인재로 탈바꿈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지역 격차는 풀어야 할 숙제

물론 과제도 있다. 먼저 ‘이 학생들을 어떻게 직업고교로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특히 학업 중단 청소년이나 학교 밖 청소년의 경우 강압적으로 직업고교 진학을 강제할 수도 없다. 직업고교가 나름대로 ‘특별한 유인책’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학생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긴 힘들다.

지역 격차도 문제다. 교육부의 계획대로 인문계고가 감축된다면 학생이 적은 시골이나 산간 도서지역, 지방부터 시작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지방은 인문계고가 대부분 사라지고 직업고교만 남게 된다. ‘수도권과 대도시는 인문계고, 지방과 산간 도서지역은 직업고교’라는 등식이 나올 개연성이 있다. 자칫하면 수도권과 도시 학생은 인문계고로, 지방 학생은 직업고교에 진학하는 식의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선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신입생 선발 방식을 전면 전국 선발로 바꾸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 마이스터고 교사 출신인 최경식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과 연구사는 “직업고교 진학이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무기가 될 수 있도록 직업고교 교육환경을 혁신적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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