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에 징역 20년 선고…“리의 진술 신빙성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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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동아DB
사진=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동아DB
“아서 존 패터슨(37)이 피해자 조중필 씨(사망 당시 22세)를 칼로 찔렀으며 에드워드 리(37)도 공범(共犯)이다.”

‘이태원 살인사건’ 발생 18년 만에 진범으로 지목된 아서 존 패터슨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20년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패터슨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최고형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29일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걸 목격했다는 리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패터슨과 에드워드 둘 모두 피해자를 찔렀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범행으로 가해자의 옷과 오른 손목에 많은 피가 묻었을 것”이라며 “패터슨의 양손과 머리, 옷, 양말 등에 많은 피가 묻었고, 패터슨은 술집으로 올라가 곧바로 화장실에 들렀다가 머리와 양손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반면 리는 곧바로 술집으로 갔다”고 지적했다. 정황상 패터슨이 칼로 찌른 당사자일 확률이 높다는 것.

또한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것을 목격했다는 리의 진술이 일관되고 객관적 증거에 부합해 믿을 만하나, 리가 찌르는 것을 봤다는 패터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에드워드 리를 패터슨의 공범으로 인정했지만, 유죄를 선고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중처벌금지의 원칙에 따라 리를 기소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리가 패터슨에게 (범행을) 충동했고, 패터슨이 사람의 목을 칼로 여러 차례 찌르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며 “그가 패터슨을 따라 화장실에 간 것은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감시하거나, 조 씨의 반항을 제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리는 이미 무죄 처벌을 받아 다시 처벌받을 우려가 없고 이 사건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것도 아니다”라며 “리를 공범으로 인정해도 이중처벌금지 원칙의 취지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범행으로 조 씨는 22세의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게 됐고, 조 씨 유족들의 정신적 고통은 지금까지 남아 있다”며 “패터슨은 범행 후 조 씨 유족들에 대한 피해 변상은 물론 진심어린 위로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무기징역형을 통해 피고인을 이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킴이 마땅하나,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은 만 18세 미만 소년이었기 때문에 법정형 상한인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소년법은 범행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게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형법상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엔 소년이어도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에 따라 최대 징역 20년의 선고가 가능하다. 1979년 12월생인 패터슨은 사건 발생일인 1997년 4월3일 생일이 지나지 않은 만 17세 4개월이었기 때문에 이 법이 적용된다.

1997년 사건 당시 패터슨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친구인 에드워드 리와 함께 대학생이던 조 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미군수사대와 한국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던 패터슨 대신 에드워드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고, 패터슨은 증거인멸 및 흉기소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다. 패터슨은 복역 중 특별사면을 받은 뒤 미국으로 출국했고, 에드워드 리는 2년에 걸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조 씨의 유가족은 곧바로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다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2009년 9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의 개봉으로 이 사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자 검찰은 수사를 다시 시작해 패터슨을 진범으로 결론 내렸다. 2009년 12월 법무부는 미국 정부에 패터슨 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고, 2011년 검찰은 그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법무부는 미국 당국과 공조해 2011년 5월 패터슨을 미국에서 검거했고, 미국 LA연방법원은 2012년 10월 패터슨에 대한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지난해 9월 23일 국내로 송환된 패터슨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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