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A·B형 통합 수능, 자연계 수험생에게 과연 불리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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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바뀌는 수능 유불리 분석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 영역에서 수준별 시험이 없어지고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이 변화가 수험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2016학년도 수능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모습. 동아일보DB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국어 영역에서 수준별 시험이 없어지고 한국사가 필수과목으로 지정되면서 이 변화가 수험생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2016학년도 수능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모습. 동아일보DB
‘국어 수준별 시험 없어져 문과 학생에게 유리? 한국사 필수로 재수생이 불리?’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 영역의 수준별 시험이 없어져 문·이과 학생 모두 동일한 문제로 시험을 치르게 되고 한국사는 필수 영역으로 지정돼 모든 수험생이 응시해야 한다. 또 입학 전형에서는 논술시험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줄어드는 등 2017학년도 입시에서 여러 변화가 예고되면서 문·이과 학생 간 또는 재학생과 재수생 간 유불리가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준에 따라 A, B 두 유형으로 나뉘었던 국어 영역은 올해 11월 17일 치러지는 수능부터는 한 가지로 통합된다. 지금까지 인문계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B형을, 자연계 학생들은 쉬운 A형에 응시했던 것을 감안하면 국어 영역 통합이 자연계 수험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 통합되면서 국어 영역의 출제 범위가 기존 A형에 비해 넓어지면서 자연계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진 것도 이런 예상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불리하다는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입시 전문기관 진학사가 언어(국어) 영역의 수준별 시험이 실시되기 전인 2013학년도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 중 진학사 모의지원 서비스 이용자 18만여 명의 언어 영역 성적을 분석한 결과 자연계 수험생들이 인문계와 비교해 성적이 뒤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 수험생의 비율은 약 6 대 4인데, 1∼3등급 성적을 받은 수험생은 인문계가 58%, 자연계가 42%로 국어 성적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인문계가 53%, 자연계가 47%여서 오히려 최상위권에서는 자연계 학생들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또 2017학년도 수능 국어 출제 범위는 각 과목의 Ⅰ, Ⅱ 구분 없이 화법과 작문, 독서와 문법, 문학으로 통합돼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는 출제 범위가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이미 재학생들은 통합된 교육과정으로 학습하고 있기 때문에 문·이과 학생들에게 동일한 부담이다. 다만 화법과 작문Ⅰ, 독서와 문법Ⅰ, 문학Ⅰ로 공부했던 자연계 졸업생들에게는 학습해야 할 범위가 늘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단순히 국어 A, B형 통합으로 인문계가 유리하고 자연계가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수험생들은 계열에 상관없이 수능 국어의 변화에 맞춰 철저하게 학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에서 수험생들은 계열 구분 없이 한국사를 필수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재수생 입장에서는 지난해 시험을 보지 않았던 한국사를 새로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재학생에 비해 불리하다고 여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종서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재수생이 불리하다고 보려면 재학생들의 한국사 학습량이 이미 충분한 상황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재학생들도 한국사에 대한 대비가 돼있지 않아 상대적 불리함은 없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한국사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탐구영역 학습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사 필수가 상대적으로 탐구영역 학습량이 부족한 재학생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한국사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 9등급제로 결정되면서 학습 부담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

논술 위주 전형 인원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이 전형에 강한 재수생이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2017학년도 논술 위주 전형은 2016학년도에 비해 488명, 2015학년도와 비교하면 2140명이 감소해 절대적 선발 인원은 줄었다.

하지만 논술시험을 실시하는 대학의 수는 28개로 전년도와 동일하고, 전체 대학 입학 정원이 줄었기 때문에 논술 위주 전형 선발 인원 비중은 4.2%로 전년도와 같다. 특히 서울 소재 상위 15개 대학 중 14개 대학은 여전히 논술 위주 전형을 실시하고 있고,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 10개 대학의 논술 위주 전형 선발 인원은 전체 선발 인원의 20.44%에 달한다. 이 때문에 논술 위주 전형으로 재수생과 재학생 간 유불리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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