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종신제 ‘神의 금고지기’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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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 2월까지 절반넘는 692곳 몰려… 불법운동 잇달아

30년 이상 재임 가능, 1억 원이 넘는 연봉, 인사 및 운영의 전권 보유…. 가히 ‘신(神)의 직업’이라고 불릴 만한 자리가 전국에 1340개에 이른다. 바로 지역에 있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이다.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뽑는 선거가 올 1∼2월에만 전국적으로 692곳에 이른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사와 감사까지 포함하면 총 754곳에서 선거가 열린다.

막강한 권한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각종 불법이 판치고 있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선거 지지를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로 21일 창원시의 한 새마을금고 현직 이사장 김모 씨(70)를 구속했다. 김 씨는 이달 6일 한 식당에서 대의원들에게 식사와 함께 현금 30만 원을 제공한 혐의다.

현직 프리미엄을 악용한 불법 행위도 속출하고 있다. 전남 광양시에선 현 이사장이 상대 후보에게 선거인명부 등 필요한 정보 공개를 하지 않아 법원이 21일로 예정됐던 선거를 아예 연기시켰다. 또 부산에서는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이사장 당선자와 낙선자가 동시에 구속되기도 했다.

24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124조 원, 이용자는 1800만 명(이상 2015년 말 기준)이 넘는다. 이를 구성하는 각 지역금고는 모두 독립법인이다. 지역금고의 평균 자산은 930억 원, 이용자는 1만3830명. 임기 4년의 지역금고 이사장은 인사권뿐 아니라 금융 등 주요 사업의 운영을 총괄한다.

사실상 ‘종신 임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지역금고 이사장 가운데 30년 이상 재임한 사람이 무려 41명에 이른다. 2001년 연임을 2회까지 제한하는 규정이 생겼지만 이전에 선출된 이사장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중임 제한이 없어 12년 연임 후 한 차례 쉬고 다시 출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사장을 뽑는 선거는 주먹구구식이다. 해당 금고에 2년 이상 100계좌(100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유지하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 대부분 ‘자체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진행된다. 선관위는 해당 지역금고 이사회가 구성한다. 2011년부터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해당 시군구 선관위에 관리를 맡길 수 있게 했지만 실제 선거사무를 위탁한 곳은 20곳(1.5%)에 불과하다.

선거는 원칙적으로 직선제이지만 조합원이 300명 이상이면 간선제도 가능하다. 현재 80%가 넘는 지역금고가 간선제를 선택하고 있다. 이때 유권자인 대의원 구성도 그때그때 다르다. 일반적으로 대의원은 회원들의 선거로 뽑지만 ‘대의원선거회의’에서 정하면 다른 방식도 가능하다. 실제 대구의 한 새마을금고는 금고 예금실적 순으로 대의원을 뽑았다. 그러면서 정작 예금실적 순위를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행자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3년간 불법행위로 유죄가 확정돼 자리를 내놓은 지역금고 이사장은 모두 8명. 지난해 482곳의 선거가 진행되면서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15건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 감춰진 불법행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대대적인 새마을금고 선거 감독에 나섰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새마을금고 선거를 감독하기는 처음”이라며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경찰과 공조해 엄정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송충현 기자
#새마을금고#이사장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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