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경제 최대 위협은 구조개혁 발목잡는 정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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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 지침 강행]
‘IMF 서열3위’ 이창용 국장 쓴소리
논쟁은 하는데 합의도출 방법 몰라… 서비스분야 개혁이 최우선 과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간담회에서 한국 정치권을 비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간담회에서 한국 정치권을 비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의 경기 침체도,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도 아니다. 구조개혁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국 정치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56)은 2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코리아소사이어티에서 열린 ‘2016 경제전망-한국과 그 이웃들’이란 제목의 좌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문제는 정치’라는 발언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아태국장은 IMF에서 총재와 부총재에 이은 서열 3위로 1997년 말 시작된 한국의 외환위기 직후 우리나라에 혹독한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악명 높은 자리다. 이 국장이 2014년 2월 이 자리에 취임하면서 한국은 ‘IMF 구제금융을 받던 나라’에서 ‘IMF 아태국장을 배출한 나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한국인 아태국장’으로부터 “구조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다시) 좌초할 수도 있다”는 따가운 조언을 듣게 됐다.

이 국장은 이날 “한국은 장기 성장을 위한 구조개혁이 절실한데, 그런 개혁을 위한 빠른 정치적 의사 결정이 안 되는 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때문에 한국 고유 브랜드인 ‘역동성’마저 떨어지고 결국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강연 직후 이어진 질의와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이 국장은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논쟁은 하되 합의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지 못해 어떤 개혁과제도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빨리 합의해 정책을 결정하고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정책도, 어디에서도 (합의가) 안 된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국장은 특히 “세계 경제가 가라앉고 있어 한국의 최대 경쟁력인 제조업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려면 빠른 의사결정과 함께 강력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급한 개혁 과제로는 서비스 분야 개혁을 꼽았다. 해외로 나가는 어린 유학생들이 국내에서도 배울 수 있게 교육을 개혁하고 의료산업도 수익 창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해 새로운 성장동력인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구조개혁을 위한 정치적 합의 부재와 가계부채 문제를 많이 꼽았다.

이 국장은 서울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요 20개국(G20) 기획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이창용#imf#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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