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치원 볼모로 대통령과 싸우는 野大 지방의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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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내려보내지 않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지역에서 ‘유치원 대란’이 현실화됐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 원장과 교사들은 칼바람이 몰아치는 어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누리과정 유치원 예산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며 거리투쟁을 벌였다. 오늘부터 교사들 월급을 줘야 하는데 은행 대출도 어려워 문 닫을 판이라는 유치원 원장도 있다. 많게는 29만 원까지 유치원 원비 납부를 준비하라는 공문을 받고 놀란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들 4개 시도의 유치원생은 32만6000명으로 전체의 48%나 된다.

시도교육청에서는 무상보육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므로 정부가 예산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법적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방재정법 시행령은 각 시도교육감이 중앙정부에서 내려준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지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 주장대로 누리과정 예산을 정부가 부담한다고 해도 결국 국민 세금이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도 일부 교육청에선 누리과정 예산보다 무상급식이나 혁신학교 같은 ‘이념형 사업’에 예산을 우선 투입하는 실정이다.

우연찮게도 누리과정 예산의 최종 관문인 지방의회에서 유치원 예산을 안 준 곳들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야당 지방의원들은 시도지사의 요청이나 교육감의 예산 재의 요구에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힘을 믿고 막무가내 식의 의정 횡포를 부리고 있다. 심지어 경기 성남시에선 연봉 5800만 원인 대기업 직장인에게까지 청년배당금으로 50만 원을 준다면서도 정작 어린이집 예산은 경기도가 긴급 편성해 준다고 해도 집행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아무리 곳간 열쇠를 쥐었다고 해도 풀뿌리 지방의회가 대통령에 맞서 이념형 대결구도로 치달으면 피해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들이 유보금으로 돌려놓았던 유치원 예산을 풀어주는 것이 순리다.
#누리과정#무상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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