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초등생 엄마, 2015년까지도 아들 잘 크고 있다고 말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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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직장 동료 밝혀… ‘시신 훼손 사건’ 드러나는 거짓말

시신이 훼손된 채 발견된 경기 부천시 초등학생 최모 군(2012년 사망 당시 7세)의 어머니 한모 씨(34)가 아들이 숨진 뒤에도 지인들에게 “아들이 잘 크고 있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9일 통화한 한 씨의 전 직장동료는 “지난해 한 씨가 ‘아들, 딸 모두 잘 크고 있다’고 말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어머니 한 씨가 아들의 사망을 철저하게 숨겨 온 것이다. 최 군은 2012년 11월경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에서 한 씨와 남편 최모 씨(34)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 씨는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친 아들이 1개월 뒤 사망했다”고 했지만 한 씨는 지금까지 이런 내용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최 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아들의 사망 시점을 “11월 초”라고 했지만 한 씨는 “11월 첫째나 둘째 주”라고 말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부천원미경찰서는 한 씨가 “아들이 죽은 사실을 안 뒤 남편의 권유에 따라 친정에 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도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다. 한 씨가 친정과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씨는 14일 장기 결석 아동 조사차 자신을 방문한 경찰과 학교, 주민센터 관계자에게 “2012년 당시 근처에 (아들의) 외할머니가 살고 있지만 (나와) 사이가 안 좋아 아들을 맡길 수 없었다”고 말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은 최 씨 부부의 진술이 신빙성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최 군 사망 당시 이들의 정확한 행적과 사망 시기를 밝히기 위해 18일 한 씨의 부모와 자매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19일에는 범죄행동분석관(프로파일러)을 붙여 최 씨를 상대로 2차 면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최 군의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 소견을 인용해 최 군의 얼굴, 머리에서 외부 충격으로 인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과수 관계자는 “얼굴 여러 곳에서 작은 멍이 발견됐지만 뇌진탕 흔적은 찾지 못했다”며 “외부 충격이 폭행 때문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병원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최 군이 결석한 시점(2012년 4월 30일)으로부터 약 3개월 후인 2012년 7월까지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사망 추정 시기인 2012년 11월까지 4개월간의 생존 여부에 대한 추가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현재 장기 결석 초등학생 중 소재가 불분명한 6명을 집중적으로 찾고 있다. 경찰은 교육부 등으로부터 소재 불명 또는 학대 의심 사건 46건을 접수해 아동 학대 우려가 없는 27건을 종결하고 19건을 수사 중이다. 수사 중인 19건 중 6건은 소재 확인이 되지 않아 경찰력을 집중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나머지 13건(부천 시신 훼손사건 포함) 가운데 12건을 대상으로 부모 등의 학대가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아동 학대 방지 시스템 개선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초·중등법 시행령에는 장기 결석 아동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나 교육청, 읍면동장이 출석을 독촉하거나 관계 기관 통보 같은 행정적 조치 중심으로만 규정돼 있다”며 “보다 신속하게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취학 아동, 취학 아동과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학대나 방임의 발견과 사후 조치를 담당하는 기관들이 복지부, 교육부, 여가부, 경찰청 등으로 나뉘어 있다”며 “사안별로 주관 기관과 협력 기관, 그리고 처리 절차 등을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천=김호경 whalefisher@donga.com / 남경현 기자
#아동#시신 훼손#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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