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빗물 담아내는 도시 물순환 체계 시급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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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영 수원대 공학대학원장 하천환경기술연구소 소장
이채영 수원대 공학대학원장 하천환경기술연구소 소장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토지 이용 패턴이 변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포장으로 인해 불투수층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 강우가 발생해도 빗물이 토양으로 적절히 침투되지 못해 하천으로 유출되는 시간이 짧아지고 유출률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빗물의 효율적인 이용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도시형 홍수의 발생 빈도 증가, 하천의 수질 저하, 지하수 고갈에 따른 건천화 등 건강한 물 순환 체계에 잠재적인 제한요소가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댐, 제방, 빗물 저류지 등 치수 중심의 시설로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유출되는 강우를 제어하는 사후 처리기술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대응 가능하며 도시 내 건강한 물 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지속 가능하고 환경적으로 건전한 발전 모델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인 녹색 인프라는 건강한 물 순환 체계를 위해 대형 구조물 건설에서 탈피해 자연에 존재하는 토양과 식생을 이용한다. 녹색 인프라의 일종인 저영향개발(LID)은 강우 유출을 발생지에서 최소화하여 개발 이전의 상태와 유사하게 하는 개발 기법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 시애틀이 ‘SEA(Street Edge Alternative) 프로젝트’를 통해 불투수 면적의 18%를 저감시켰으며 지속적으로 ‘빗물 유출을 제로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현의 스와노 공원도시에서는 투수성 포장, 침투통, 침투 트렌치 등 다양한 시설로 강우 유출을 줄이고 지하수 함양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건강한 물 순환 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저영향개발 기반의 녹색 인프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부산 대전 등 광역자치단체와 일부 시군구에서 저영향개발 시범사업이 진행되거나 예정돼 있다. 특히 충북 청주시 오창읍에는 7개의 저영향개발 기술요소가 분산·설치돼 ‘빗물 유출 제로화’를 위한 대규모 시범단지가 조성돼 있다. 현재 국내에서 저영향개발 기반의 녹색 인프라 구축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도시, 건강한 도시, 녹색의 도시 개발을 위해서는 저영향개발을 확대 보급해 ‘물을 배제하는 볼록’의 개념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오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채영 수원대 공학대학원장 하천환경기술연구소 소장
#지구온난화#녹색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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