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럽도 불효자에 준 재산 돌려받는데 우린 왜 안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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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부모를 잘 모시겠다’는 각서를 쓰고 집을 물려받았으나 효도는커녕 요양시설에 가라고 종용한 불효자에게 집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아들은 2003년 아버지로부터 2층 단독주택을 물려받자 아래위층에 살면서도 식사를 같이하지 않고 어머니가 아플 때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간병을 맡겼다. 급기야 아버지가 집 명의를 돌려받아 아파트를 사겠다고 하자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고 막말까지 해 마침내 소송까지 갔다.

노인들 사이에서는 자식에게 효도를 받으려면 재산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오간 지 오래다. 대법원이 이번에 배은망덕(背恩忘德)한 ‘먹튀 불효자’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토해내야 한다고 징벌을 내린 셈이다. 하지만 판결은 아버지가 아들로부터 각서를 받아 놓았기에 가능했다. 재산을 물려줘도 각서를 받아 놓아야 실효성을 보장받는 비정한 세태가 됐다. 더구나 재판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통해야만 각서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부모가 각서 없이 재산을 미리 물려줘도 마음을 놓도록 9월 ‘불효자방지법’(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법 556조는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게 돼 있고, 558조는 이미 증여가 이뤄진 재산은 해제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불효자의 경우 558조를 적용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민법에 배은망덕하거나 학대 및 모욕을 저지르면 증여를 철회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70%를 60대 이상 노인이 쥐고 있는 일본에서는 결혼과 출산 육아 교육 목적으로 자식이나 손자에게 증여하면 세금을 면제해준다. 소비와 내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세대 간 자산 이동’을 장려하려는 의도다. 불효자방지법이나 세금감면제도가 마련돼야 부모가 자식의 배신에 눈물 흘리는 일이 줄어들 듯하다.
#불효자#재산#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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