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세상]상처 주는 말, 용기 주는 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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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지 헬스케어 홍보회사 엔자임헬스 차장
손수지 헬스케어 홍보회사 엔자임헬스 차장
함께 일하는 팀원들과 ‘성격 유형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상담소를 찾았다. 혼자서 심리테스트를 해본 적은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성격 유형을 검사하고, 성격 궁합을 알아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늘 쾌활하고 명랑한 팀원들이라 비슷한 유형의 성격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모두 판이한 성격과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한 팀원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라 했다. 다른 한 명은 늘 유쾌하고 즐거운 상황을 좋아하는 명랑한 성격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막내는 예민하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내가 미처 몰랐던 후배들의 면모를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성격 검사에 이어지는 상담 역시 무척 즐거웠다. 상담사는 팀장인 나에게는 팀원들의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해 어떻게 격려해줘야 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신중한 성격의 팀원에게는 믿음을 보여주면 업무 능력이 배가될 수 있다고 했다. 예민한 팀원에게는 공감을, 명랑한 팀원은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팀원들에게는 상사인 나에게 업무를 보고할 때 어떤 방식으로 소통해야 좋을지를 이야기해줬다. 나도 몰랐던 내 성격과 업무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상담이 끝나갈 때쯤이었다. “팀장님이 하는 말을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저분이 많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은 아닙니다”라며 상담사가 팀원 모두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건넸다. 팀원들 역시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급한 성격 때문에 여과되지 않은 말을 건네기도 했고, 가끔은 큰 소리를 내기도 하는 내 모습을 들킨 것 같아서였다. 나쁜 의도나 마음으로 한 말이 아니므로 상대방도 이해해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내 말 한마디가 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별 의도 없이 했던 말이 때론 남들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도 선배나 후배의 말 한마디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끙끙거린 적이 많다. 최선을 다한 과정은 몰라주고 결과만 보고 야단을 치는 선배에게 대들어보기도 했고, 아끼고 위해주는 내 마음을 잘 모르는 후배들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친한 친구 사이에서도 말 몇 마디 때문에 서운한 적이 있었고, 가까웠던 사이가 멀어진 적도 있었다. 다행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에 틈이 생긴 적은 없었지만 크고 작은 감정의 균열을 경험할 때마다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느꼈다.

남이 나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는 이토록 신경을 쓰면서도 정작 남에게 말을 건넬 때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떨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남들에게는 배려를 바라면서, 정작 나는 ‘솔직’이라는 허울 좋은 단어 뒤에 숨어 남의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내는 말을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햇병아리 시절, 실수투성이였던 나를 야단치기보다는 격려해주고, 좋은 말로 타일러주던 선배들이 많았다. ‘이 일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이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권해주거나 함께 하자고 격려해주던 사람들이다. 어차피 일하게 되더라도 나를 믿고 격려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힘이 솟아났다. 실수했을 때도 지적을 하기보다 잘못된 부분을 세심하게 일러주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기다려줬다. 선배들의 따뜻한 말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칼이 되는 말 대신 도움이 되는 말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다. 후배가 실수했을 때는 화가 난 상태에서 감정에 이끌려 말하기보다는 상황에 대해 짚어줘야겠다. 남의 우스갯소리에 기분이 상한 적도 있으니 농담도 가려 하는 것이 좋겠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 큰 소리로 무안을 당하면 기분 나쁜 것이 당연하니 이런 상황을 만드는 것은 피해야겠다. 무엇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내가 기분 나쁜 말은 남도 기분 나쁠 수 있으니 남의 감정도 내 감정만큼 소중하게 여기면 실수가 줄어들 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좋은 사람이 되려면 작은 ‘말 한마디’가 가진 가치부터 아는 사람이 돼야 할 것 같다.

손수지 헬스케어 홍보회사 엔자임헬스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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