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국책은행, 부실기업 구조조정 부실대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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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보고서… “국민부담만 키워”
돈 떼일 상황에도 대출 계속… 일반은행보다 대응 2.5년 늦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시점이 일반은행보다 평균 2.5년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은행은 기업이 힘들 때 너무 빨리 자금을 회수해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지적을 받는 반면 국책은행은 돈을 떼일 상황인데도 대출을 계속해 국민 부담을 키우는 셈이다. 국책은행이 살릴 기업과 퇴출할 기업을 가리기 위해 기업실태 조사에 즉각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이런 내용의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에 국책은행이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시작된 39개 상장기업을 분석한 결과 국책은행은 기업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는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임이 판명된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1.3년이 지나서야 워크아웃에 착수했다. 특히 워크아웃 중인 2개 기업은 한계상황에 빠진 지 6년 뒤에야 국책은행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반면 일반은행은 한계기업으로 판명된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1.2년 전에 워크아웃을 시작했다.

국책은행은 대출 대상이 대기업인 경우 재무상태가 악화돼도 지원을 계속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국책은행의 대출 가운데 ‘한계 대기업’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0년 4.6%에서 2014년 12.4%로 급증했다. 국책은행이 기업 부실에 대해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기업이 회생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의존해 구조조정을 지체하는 경향이 있다고 KDI는 지적했다.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이 시작된 뒤에도 국책은행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는 워크아웃 기업 10곳 중 7곳은 구조조정 개시 이후 3년 이내에 자산을 매각했다. 이와 달리 주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인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10곳 중 3곳 정도만이 구조조정을 시작한 지 3년 이내에 자산을 처분했다.

국책은행은 인력 구조조정에도 소극적이었다. 국책은행 주도의 워크아웃 대상 기업 가운데 3년 뒤 종업원 수가 20% 이상 감소한 기업 비율은 33.3%에 그쳤다. 이는 일반은행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의 경우 해당 기업 비율이 58.8%에 이르는 점과 비교된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향후 국책은행이 엄격한 기업 실사를 해 부실기업을 신속하게 법원 주도의 회생정리 절차로 유도하는 한편 중소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kdi#보고서#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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