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요 112, 배불러 죽겠어요”… 장난벨 된 비상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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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112의 날’ 황당신고 실태보니

“휴대전화에 유에스아이엠(USIM) 카드 확인이라고 하는데 무슨 말입니까?”(신고자) “죄송하지만 여기는 긴급범죄 신고전화입니다.”(경찰관) “아니, 경찰서에서는 그거 모릅니까?”(신고자)

‘112의 날(11월 2일)’을 앞두고 공개된 황당한 112 신고 사례다. 경찰은 긴급출동에 쓰여야 할 경찰력이 막연한 문의 전화들 탓에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올바른 112 신고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2011년 995만여 건 수준이던 112 신고 전화는 지난해 1877만여 건으로 급증했다. 112는 긴급신고번호 대국민 인지도에서도 98.5%를 기록하면서 119(화재 구조 구급 재난신고·98.1%), 111(간첩신고·21.0%), 110(정부통합민원·11.2%)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명실상부한 ‘국민의 비상벨’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제는 이 비상벨을 ‘장난벨’처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식당에서 밥을 먹다 뼈다귀를 씹어 이가 흔들린다” “배가 불러 터질 것 같으니 도와 달라” “홈쇼핑에서 두유를 사서 마시려고 하는데 하나가 썩었다” “길가에 있는 강아지의 목줄을 너무 짧게 묶어 놔 너무 불쌍하다” 등과 같은 황당 신고들이 접수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민원성 신고에도 일일이 응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고자의 거듭된 요구 때문에 현장 출동까지 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로 경찰은 “현관에 벌레가 있어 문을 못 잠그겠다”거나 “1층 식당에서 고기 굽는 연기가 집에 들어오고 있다”는 신고에도 현장 출동을 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2 신고의 44.7%(839만여 건)는 상담 및 민원 성격의 비출동 신고였고 42.6%(799만여 건)는 비긴급 출동 신고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긴급출동 신고는 전체의 12.7%(239만여 건)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내용이 없는 반복 전화나 욕설·폭언을 일삼는 악성신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올 6월 한 달 동안 112로 100번 이상 전화한 사람이 173명이었고, 1000번 이상 전화한 사람도 5명이나 있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달부터 대형 현수막이나 포스터 등을 전국 곳곳에 붙여 긴급한 위험이 있을 때만 112에 전화해야 한다고 알리는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2일 오전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지구대에서 이제석 이제석광고연구소 대표(33)가 제작한 대형 홍보물도 공개한다. 잘못 건 112 신고가 경찰관의 발목을 잡아 긴급출동을 어렵게 한다는 내용의 조형물이다.

이동환 경찰청 생활안전과장은 “생활민원은 110번이나 120번, 경찰 관련 민원은 182번으로 신고하는 것이 맞다”며 “경찰도 112 신고를 내용에 따라 효율적으로 구분 대응해 긴급출동이 지체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12#장난전화#112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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